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할리 데이비슨이 현재 31%에 달하는 EU의 관세로 실적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폭스뉴스를 인용하며 “미국에 너무 불공평하다.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슨은 이날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EU의 관세를 순익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과 EU의 무역을 둘러싸고 트럼프 정권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지난해 6월부터 EU에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EU 측은 대항 조치로 할리 데이비슨 등 미국산 수입 이륜차에 25%의 추가 관세를 매겼다. 당시 할리 데이비슨이 고율 관세를 이유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백기를 든 최초의 기업”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그 화살을 EU로 돌린 모양새다. 이는 27일 할리 데이비슨 본사가 있는 중서부 위스콘신에서 있을 선거 유세 집회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현지 지지자들과 만나기에 앞서 회사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와의 무역 갈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과 EU는 본격적인 무역 협상을 앞두고 협상 범위를 특정하는 것부터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쌍방의 항공기 제조업체에 주는 보조금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기에 대한 보조금이 부당하다며 110억 달러어치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할리 데이비슨은 대중 수출 거점을 미국에서 태국으로 이전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결정이다. 아울러 추가 관세가 부과된 대EU 수출 차량을 현지 생산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무역전쟁에 따른 미국 제조업의 해외 유출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