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公, 비정규직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 논란

입력 2008-06-26 10:51 수정 2008-06-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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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 전환 약속 했는데"…17명 이달말 실직

주택금융공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하루 아침에 실업의 위기로 내몰린 가운데 사측의 부도덕한 인사방침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참여정부 당시 추진되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올 상반기까지 비정규직에 대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적극 검토해 왔으나, 6월초 갑작스럽게 인사방침을 바꿔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측의 이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던 지난 정부와는 달리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민영화를 종용하고 있는 현 정부의 기조에 편승해 사측의 입장이 돌변한 것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정규직화 약속 '손바닥 뒤집기'

'정규직화' 약속만 믿고 있던 비정규직 직원들은 사측의 갑작스런 계약해지 통보에 분노하고 있다. 사측이 올 초 '오는 6월 무기계약직 전환심사를 통해 정규직화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최근 일방적으로 인사 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당장 6월 말이면 계약직으로 근무해 온 채권관리센터 직원 50명 중 17명이 대책없이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주택금융공사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그동안 수차례 걸쳐 공문과 내부지침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약속했으면서 최근 '손바닥 뒤집기'처럼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사측의 무기계약직 전환 방침만 믿고 인간적 모멸감과 고용불안 속에서도 성실하게 일해 왔다"며 "사측의 두 얼굴에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주택금융공사측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약속한 일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감사원 감사에서 채권관리센터의 운용방식과 성과급제도에 대해 지적을 받은 만큼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사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박재환 부사장은 "올 초 무기계약직 전환을 적극 검토한 것은 사실이나 최근 경영환경이 확 바뀌었다"면서 "현재로서는 채권관리센터 직원들에 대해 계약 해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기본급 80만원짜리 계약직

그러나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2년 이상 근무자들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피하고 단기 계약직을 신규채용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있다.

실제로 공사측은 채권추심원을 신규 채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26일 면접을 볼 예정이다. 한쪽으로는 계약직을 해고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비정규직을 다시금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비정규직법의 취지를 외면하고 2년 이상 근무자들을 우선 해고해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담을 덜어 버리려는 속셈이다.

6월 말 계약만료되는 직원들은 최근 2년 반 동안 수차례의 단기계약을 거듭하면서 극도의 고용불안감에 떨어야만 했다. 실제로 공사는 2006년1~11월, 2006년11월~2007년10월, 2007년10~12월, 2008년1~6월 등 네 차례 단기계약을 거듭해 왔다.

또한 기본급 80만원에 얼마되지 않는 수당을 받으면서 근근히 연명하다시피 일해 왔다. 은행권에서 넘어 온 채권들 대부분이 악성채권인데다가 요즘같은 불경기 속에서는 그나마 채권회수율도 저조하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실적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120~180만원 정도의 급여가 고작"이라며 "그동안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기대감으로 열심히 일해왔는데, 이번 일로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무기계약직 전환이 어렵다면 올해 말까지라도 계약을 연장해 주기를 바란다"며 "처자식이 있는 가장으로서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 앉을 수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합리적인 비정규직 해법 없나

사측은 감사원과 정부기관 경영평가에서 채권관리센터 운용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만큼 중장기적으로 아웃소싱이나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조측은 지금이라도 당초 약속대로 무기계약 전환심사를 통해 정규직화에 적극 나섬으로써 공사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아웃소싱이나 매각은 극히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채권관리센터의 매각이나 아웃소싱은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의 얘기"라며 "현재처럼 센터를 유지하거나 센터설립 이전의 지사체제로 회귀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웃소싱을 할 경우 채권회수에 대한 수당 지급비용이 크게 늘어나 원금손실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공사의 채권변제 수당이 3~10%(평균 5%) 수준인 데 반해 일반 신용정보회사의 경우 약 24%가 수당으로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승계를 전제로 하는 아웃소싱 역시 최소의 인력으로 효율성을 유지해야 하는 업계 현실속에서 그같은 업체를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노조측은 2006년 채권관리센터 설립 이전 체제로 회귀해 계약직 직원들을 최대한 흡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는 공사측이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매우 낮은 실정이어서 실업 위기에 처한 비정규직 직원들의 통한과 눈물의 절규는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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