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안정’보다 ‘혁신’택한 기업에 응원을

입력 2018-12-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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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올 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경기를 보던 시청자 상당수는 좀 의아해했을 것이다. 한국 대표 선수로 ‘파란 눈, 노란 머리’의 외국인이 출전했기 때문이다. 이 선수는 지난해 7월 특별귀화한 미국인 알렉산더 겜린으로 한복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그 누구보다 한국스럽게 프리댄스를 소화해냈다. 기자처럼 감동을 느낀 이들도 있었지만, 다소 어색함을 느낀 이들도 의외로 많았다. 심지어 ‘외국인이 한국인 선수 자리를 빼앗았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우리는 이미 수십 년간 세계화 물결 속에 젖어들었음에도, 유독 우리나라 안에서만은 외국인이 우리만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때로는 불쾌하게 여기기까지 한다. 심지어 10년 이상 우리 사회에 정착한 다문화가정에도 여전히 ‘우리’라는 표현을 아끼며 거리감을 둔다. ‘단일(한) 민족’이라는 이름하에 ‘우리끼리, 우리만의’ 울타리를 두껍게 치고 있다. 소위 말해 강한 ‘순혈주의’에 빠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폐쇄적인’ 순혈주의는 선진국 진입에는 그닥 유리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기업 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오랜 기간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화와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음에도 폐쇄적인 순혈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국내 기업 현황에 따르면 100대 기업에 재직 중인 외국인 임원이 기업당 1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00대 기업 중 80개 기업은 외국인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이는 기업들이 다양성, 글로벌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재 채용은 여전히 순혈주의와 경직된 문화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꼭 암울한 상황만은 아니다. 기업들이 서서히 순혈주의를 깨고 나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말 임원인사를 발표한 주요 기업들의 인사 포인트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순혈주의 타파’였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연구개발본부장 자리에 최초로 외국인 임원을 앉혔다. 10월 단행한 임원인사에서도 현대·기아차는 고성능사업부장인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순혈주의를 깬 파격 인사라는 평가다.

LG도 40세 나이로 총수 자리에 오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947년 LG그룹 창립 이래 처음으로 CEO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며 순혈주의 타파를 시도했다. LG화학 수장으로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이 임명됐다.

포스코도 지난달 종전 신성장 사업에서 ‘철강부문’과 동급으로 격상한 ‘신성장부문’의 수장으로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을 영입했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총괄 책임자로 영입하겠다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오랜 기간 고착화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린 이들 기업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물론 이제 시작이고, 가야 할 길도 멀다. 하지만 힘겨웠던 올해보다도 내년이 더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안정’ 보다는 ‘혁신’을 조심스럽게 시도했으니 말이다. “기해년, 우리 기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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