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자동차나 휴대전화 등의 구매는 물론이고 문화·사무용품 등 비교적 값싼 소비까지 줄면서 불황의 징조가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11월 소매판매액이 3조5260억 위안으로 작년 동기보다 8.1%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였던 8.8%에 한참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2003년 5월 4.3% 이후 15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항목별로는 당장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며 가계부를 단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11월 중 자동차, 통신기기, 문화·사무용품 소비는 각각 10.0%, 5.9%, 0.4% 감소했다. 기호품인 술·담배 소비 증가율도 11월 3.1%에 그쳤다. 자동차나 휴대전화 등 비교적 고가 제품 구매를 꺼리고 영화 관람 등 문화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통상 불경기의 전조로 해석되곤 한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본격적인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11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55만 대로 작년 동기보다 13.9% 줄었다. 2012년 1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1990년 이후 처음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11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5.4%로 예상치인 5.9%에 못 미쳤다.수출·소비와 더불어 중국의 3대 경제 성장 엔진으로 평가되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역시 아직 저조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1∼11월 고정자산투자액은 작년 동기 대비 5.9%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5.8%를 소폭 웃돌았지만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올해 지방정부들에 인프라 건설을 위한 1조3500억 위안(약 221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등 경기 부양을 추진하고 있지만 투자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