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중구난방(衆口難防)

입력 2018-09-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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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에 대해 정부가 효과 빠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자 각 언론이 정부를 꼬집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집값 잡아야 하는데 정부는 매일 중구난방’이라고 지적했다. 이때의 ‘중구난방’, 과연 제대로 사용한 말일까?

중구난방은 ‘衆口口難防’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무리 중’, ‘입 구’, ‘어려울 난’, ‘막을 방’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여러 사람의 입(말)은 막기 어렵다”이다. 여기서 진화해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이는 말”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중구난방의 본뜻은 여럿이 함께 주장하는 여론은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매일 중구난방’이란 표현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대책은 ‘정부’라는 한 채널을 통해 발표하기 때문에 결코 ‘중구(衆口)’, 즉 ‘여러 입’이 될 수 없다. 정부의 대책 발표는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이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집값을 잡아야 하는데 정부의 대책은 ‘오락가락’ 혹은 ‘갈팡질팡’이라고 하는 편이 훨씬 상황에 걸맞은 표현이다.

어떤 일을 두고 서로 의견이 엇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여러 사람의 다른 의견들이 쏟아져 나와 서로 뒤섞임으로써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중구난방’이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쏟아져 나오는 말의 양으로 볼 때는 ‘중구난방’이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말한다면 ‘중구난방’이라는 말보다는 ‘의견분분(意見紛紛)’이라는 말이 훨씬 합당하다. ‘紛’은 ‘어지러울 분’, ‘섞일 분’으로 훈독한다. 분분한 의견은 토론을 통해 조정하여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만 성난 군중의 衆口는 難防, 즉 막기가 어렵다. 민주정치는 분분한 의견을 조절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위정자는 항상 衆口는 難防임을 무섭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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