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인사 청탁 대가로 불법 다단계업체 IDS홀딩스에 수천만 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60)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22일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IDS홀딩스 회장 유지선(62) 씨와 유 씨를 구 전 청장에게 소개한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 김모(64) 씨에게도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4000만 원, 징역 1년에 추징금 2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구 전 청장에게 적용된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봤다. 뇌물을 받은 혐의는 모두 무죄고, 직권남용 권리행사 중 일부만 유죄라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의 뇌물 혐의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구 전 청장이 받은 뇌물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였던 '돈 전달자' 이우현 의원 보좌관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구 전 청장이 유 회장의 청탁을 받고 경찰관 윤모 씨 등 2명을 승진시킨 혐의 역시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이 유 회장의 청탁대로 인사 관련 지시를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윤 씨 등이 IDS홀딩스를 수사하고 있는 영등포 경찰서에 배치된 것과 관련해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특정 사건을 배당하라고 지시하는 것 자체가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데 지시대로 배당이 이뤄져 직권남용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구 전 청장은 2015년 4월 다단계 업체 IDS홀딩스 회장 유 씨로부터 경찰관 윤모 씨 등 2명을 승진시켜 영등포 경찰서에 보내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영등포 경찰서 지능팀은 당시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 씨의 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실제로 윤 씨 등은 IDS홀딩스를 수사하는 영등포경찰서에 배치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