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가 알려준 실수의 진화(進化)

입력 2018-06-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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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4년 만의 월드컵 시즌이다. 호날두와 메시, 둘 중 누가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칠까 관심이 쏠리고 있다. 46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다는 아이슬란드 팀의 초반 활약도 지켜볼 만하다. 공은 둥글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 한 명쯤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이번 월드컵에서 무슨 이변이 나올지 궁금하기만 하다.

월드컵마다 새로운 경기 규칙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프사이드라는 규칙도 애초에 ‘골의 위치와 상관없이’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에 공격수가 존재하면 안 된다는 것에서 ‘골이 넘겨지는 시점에만’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앞서 있지 않으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시간을 끄는 등 지루한 경기운영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백패스 금지’에 대한 규칙도 생겨났고, 연장전 한 골 승부의 짜릿함을 더하기 위해 만들어진 ‘골든볼’이라는 규정은 이제 사라졌다. 핸드볼 반칙 규정도 ‘고의성’이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축구 규정도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VAR(Video Assistant Referee)라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돼 축구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VAR는 모든 골 장면, 페널티 킥, 레드카드 등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상황에 판독된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경기 진행상 실수할 수 있다는 팩트에 기인한 경기 규칙이다. 이로 인해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 등이 VAR를 거쳐 억울함을 해소하고 승리를 맛보았다. 사실 그대로를 생생한 영상으로 관중 시청자들과 공유하고, 사실에 기인해 판정을 번복하고, 판정을 재확정하는 그 방식에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는다. 오심했던 심판도 실수를 인정하고 번복했다. 과거에는 판정 번복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팩트에 기인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VAR는 말하고 있다.

VAR의 위력은 대단하다. 누구나 판정 결과에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선수는 심판의 오심을 유도하는 등 경기 규칙을 악용할 생각은 꿈조차 꾸지 못하게 되었다. 대신 기술을 연마하고 체력을 키우는 본질에 몰입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어땠는가. 할리우드 액션이 난무했다. 심판의 오심이 향후 확인되더라도 승부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자체 징계위원회를 통해 벌을 받고, 지위를 박탈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선수들은 마치 연기를 하듯 액션 배우가 된다. 억울함은 심판의 오심으로 패해야 했던 어린 선수들이 삭혀야 할 몫이었다. 팬들은 패배에 대해 서로 부둥켜안고 입에 담지 못할 욕으로 심판을 단죄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VAR 도입으로 팩트 공유의 선순환적 결과물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 도입된 VAR는 오심도 심판의 영역이라는 둥 허울 좋은 말로 스포츠 정신을 폄훼하지 않기 바랐던 필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 영상 판독이 진행될라치면 팩트 판정의 기대감에 치킨과 함께하는 생맥주보다 훨씬 더한 속 시원함을 맛보게 된다. 누구 하나 억울함 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심판이라는 제3자에게 패배의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승부를 인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기 합리의 모습을 스스로의 기준에서 사라지게 해준 데 대해 감사하기까지 하다.

잘못된 것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실수는 몰랐던 것이지 지나간 것을 합리화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는 시점부터 고치려 하는 자세가 실수와 구태를 대하는 선순환적 모습이다. 과거를 덮어버리고, 듣지 않으려 하는 것은 실수를 반복할 뿐이다. ‘사실’에 근거해 수정하고 보완하고, 실행하고, 또 발생하는 실수에 대해 ‘사실’을 체크하고 보완하려는 자세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만 스포츠와 마케팅은 물론이고 인간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 실수는 보완의 대상이고, 보완하려면 ‘사실에 근거해’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스포츠든 인간관계든 발전하고 진화(進化)할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으로 밤을 새우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겨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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