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세종디지털포렌식연구소를 설립하고 사단법인 사이버포렌식전문가협회와 포렌식 증거분석 서비스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로펌이 이 분야 연구소를 만든 건 세종이 처음이다. 세종이 디지털포렌식 분야에 주력하게 된 배경에는 최성진(52·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가 있다.
최 변호사는 3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나 "아직 우리나라가 관련 시장이 활성화돼있지 않아서 선뜻 투자하기 애매한 상황이지만, 몇 년 후면 확연히 달라질 수도 있다"며 "민사소송에는 전자소송이 도입됐고 디지털증거를 받아들이는 데도 의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 해킹 문제나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에 있어서도 예상되는 문제가 많아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비트코인의 경우 멀티장부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으로 해킹이 안 된다고 알려졌지만, 저장소 계좌나 거래소 지갑을 해킹해서 고객 돈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 이럴 때 관련 서버를 가져와서 접근IP 등을 추적하고 어디서 공격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 역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실책임을 놓고 다툼이 예상된다.
최 변호사는 "기존 법체계와 현재 새롭게 대두되는 형태의 기술과 서비스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자문 요청이 많다"며 "디지털포렌식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비트코인 등에 대한 이해가 아무래도 쉽다"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검찰, 경찰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정부기관에서도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역시 얼마 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과학수사를 전담하는 디지털포렌식센터를 개소했다.
현재 디지털포렌식기술이 유용하게 활용하는 분야 중 하나는 영업비밀 침해사건이다. 최근에는 문제인식이 확대된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 사건이 많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영업비밀로 분류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다툼이 생겨도 법원이 보호해주지 않는다"며 "접근권한, 잠금장치, 보안각서 등을 통해 영업비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침해사건이 발생한 후에는 의심직원의 컴퓨터 등을 다른 직원이 손대지 못하게 하고, 무결성을 해치지 않도록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1997년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17년간 검찰에 몸담았다. 최 변호사의 경력은 첨단범죄, 과학수사 등에 집중돼있다. 최 변호사는 문무일 검찰총장, 남상봉 KT 부사장에 이어 3대 대검 디지털수사담당관을 지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과 디도스 특검에 파견돼 근무한 이력이 있다. 법무부 형사사법 통합정보시스템(KICS)을 구축하는데도 투입돼 기반을 닦았다.
연구소에서는 최 변호사를 비롯해 사이버포렌식 자격증(CCFP)을 보유한 이경석 전문위원 등 10여명의 전문가들이 활약한다. 필요한 경우 세종 내 여러 팀과 협업이 가능하다. 최근 송사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 만큼 해외제도 비교 연구도 중요하다. 최 변호사는 연구소에서 디지털증거분석절차 및 분석규정 등을 조사하고 디스커버리, 정보보안 등으로도 연구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세종은 이번 MOU를 통해 기존에 고객들에게 제공했던 PC, 모바일, 서버 등에 대한 분석, 삭제자료의 복구 등 기술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분석된 자료의 법률적 해석 등 종합적인 법률자문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