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간과(看過)

입력 2017-11-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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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국회의원이 경북 포항 지진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과정에서 “간과해서 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 자연스럽지 못한 표현이다.

간과는 한자로 ‘看過’라고 쓰며 각 글자는 ‘볼 간’, ‘지날(지나칠) 과’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한다면 ‘보고 지나감’이라는 뜻이다. 사전은 ‘看過’를 “큰 관심 없이 대강 보아 넘김”이라고 풀이한다.

따라서 “간과해서 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국회의원의 말은 ‘큰 관심 없이 대강 보아 넘겨서 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되고 만다. 보아 넘기는 것은 눈이 하는 행위이고 듣는 것은 귀가 하는 일인데 눈이 하는 일로 귀가 하는 일을 수식하다 보니 어색해진 것이다.

보는 것은 눈이 하는 일로, 듣는 것은 귀가 하는 일로 나누어 표현해야 한다. 즉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혹은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했어야 한다. 더욱더 강조하고자 한다면 “간과해서도 안 되고 또 흘려들어서도 안 될 것이다”라고 하면 된다. 한자를 통해 단어의 뜻을 분명히 알게 되면 말을 보다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우리 사회는 자꾸 한자를 버리려고만 하니 안타깝다.

중국어에서 看過가 우리가 쓰는 것처럼 ‘대강 보아 넘김’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부 고문(古文)에서는 더러 그렇게 사용한 예를 볼 수 있지만 현대 백화문에서 看過는 ‘본 적이 있다’거나 ‘이미 보았다’는 뜻이다. ‘過’를 과거를 나타내는 시간 보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어에서 看過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강 보아 넘김’이라는 뜻이다.

세상에는 간과해야 할 일이 있고 간과해서는 안 될 일도 있다. 마찬가지로 흘려들어야 할 말도 있고 절대 흘려들어서는 안 될 말도 있다. 간과할 일과 간과해서는 안 될 일, 흘려들을 말과 절대 흘려들어서는 안 될 말을 잘 구분할 때 비로소 철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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