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12.6%를 득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재임한 12년간 독일 경제는 성장했으나 그와 별개로 빈부 격차가 커져 그 틈으로 극우정당이 득세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독일경제연구소(GIER)에 따르면 1991~2014년 사이 최상위 10% 가구의 실질 소득은 27% 증가했다. 반면 중산층 가구의 실질 소득은 같은 기간 9% 늘어나는 데 그쳤고,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8% 하락했다. 빈곤선 이하의 극빈층은 2014년 16%를 기록했다. 이는 1994년 11%에서 급증한 수치이자 1990년 이후 최고치다. CNN머니는 이 같은 불평등 확대가 국민의 불만을 낳고, 유권자들의 분노가 극우 정당의 득표로 이어졌다고 25일 보도했다.
기업과 개인 간 경제적 격차도 벌어졌다.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2016년 사이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5% 늘어난 반면 기업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30% 증가했다. 독일경제연구소의 마르쿠스 그라브카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조합의 약화,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금 감면, 1인 가구의 증가 등이 불평등 확대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소득 격차는 자산 격차로 이어졌다. 독일 중앙은행에 따르면 최상위 10%가 독일 전체 자산의 60%를 소유하고 있으며 최하위 40%가 소유한 자산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없다. 그라브카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제는 유럽연합(EU) 내에서 눈에 띄게 성장했으나 문제는 모든 가정이 국가 경제의 성장으로부터 수혜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파트타임에 속하는 ‘미니 잡’이 점점 늘어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700만 명의 독일인이 한 달에 450유로(약 60만 원) 이하를 버는 불안정한 미니 잡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격차가 커지자 독일은 2015년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저임금 도입에 나서며 불평등 완화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거기까지였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메르켈이 채택한 슬로건은 “모두를 위한 번영과 안전”이었다. 난민 문제에서 빚어진 안보 위협을 의식한 슬로건으로 불평등 문제는 외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제2당을 차지한 사회민주당(SPD)의 마르틴 슐츠 대표는 “독일 경제의 성공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수출 확대에서 비롯했다”며 메르켈의 업적으로 꼽히는 독일 경제의 성장을 깎아내렸다.
경제 성장의 수혜를 받지 못한 저소득층들이 점점 늘어나자 극우 정당 AfD는 분노한 유권자들을 이용해 지지세를 확대해갔다. 2013년 창당한 AfD는 반난민, 반이슬람, 반유럽연합(EU)을 기치로 난민과 이민자 유입 제한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다. 이들은 난민과 이민자들이 독일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며 이들을 배척해 경제와 안보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