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판단하고, 회사 측이 판결 직후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항소심에서도 노·사 간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노동자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회사가 노조 측에 원금 3126억 원, 이자 1097억 원 등 총 4223억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사측은 항소심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두고 다시 한번 다툴 전망이다. 신의칙이란 민법 2조에 규정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의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있고, ‘중대한 경영상 위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로울 때’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아차 소송 1심 재판부는 2008~15년 매년 상당한 당기 순이익을 올리고, 1조~16조 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한 점 등을 근거로 “기아차의 재정과 경영상태, 매출실적 등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사 측은 전날 판결 직후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판결 결과에 따라 회사가 실제 부담할 금액이 약 1조 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폈다.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3분기에 영업이익이 급격히 떨어진다고도 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입증할지다. 사측은 1심에서 “증거자료가 없다”고 판단한 중국의 사드 위협으로 인한 손해와 미래 투자 계획 등 향후 발생할 경영상 위기를 보여줄 자료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노조를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새날의 김기덕 변호사는 “별도로 협의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 측은 1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휴일 연장근로수당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툴 수 있다. 주 40시간을 넘은 휴일 근로에 대해 휴일근로수당 외에 연장근로수당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근수당과 심야수당 등 단체협약에 근거해 청구한 수당에 대해 법원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청구만 인정한 부분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번 소송의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