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료품업체 매장이 포화 상태다. 불필요하게 크고 많은 매장이 식료품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부동산 연구 업체인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고객 1인당 점유한 식료품점 매장 크기는 4.15제곱피트(약 0.11평)를 기록했다. 이는 1950년보다 30배 늘어난 규모다. 그만큼 식료품점 매장은 늘고 손님은 줄었다는 의미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식료품을 취급하는 소매업체들이 급증했다. 약국, 생활용품 가게를 포함해 주유소에서까지 식료품을 팔기 시작했다. 미 대형마트인 스마트앤파이널스토어의 데이비드 히르츠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사람들이 식료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3~2015년까지 식료품업체의 동일 점포 매출은 매해 3%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팩트셋에 따르면 작년에 동일 매장 매출 성장세는 미미했고, 올해도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타그룹의 수잔 멀비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살 수 있는 음식은 너무 많다”며 식료품 업계의 경쟁이 과열됐음을 지적했다.
오프라인 식료품점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사는 소비자 비중이 늘어난 것과 동시에 인구 구성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1인 가구로 독립하기 시작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다.
식료품업체들은 부랴부랴 점포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크로거는 올해 신규 매장 개점에 들이는 총 비용을 애초 100억 달러(약 11조1870억 원)에서 55억 달러로 줄였다. 크로거의 마이클 스크롯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점점 더 매장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앤파이널 측은 작년에 크로거가 미국에서 37개의 새 매장을 열었지만, 올해는 19개의 매장을 새로 여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월마트는 2018 회계연도에 원래 매장 132개를 개업하려 했으나 55개로 축소했다.
바클레이즈의 카렌 쇼트 애널리스트는 “모두 점포 확장을 멈춰야 한다”며 “그것이 산업 전체가 강해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칸타리테일의 다이애나 시핸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인 슈퍼마켓들은 단순히 새 점포를 여는 것으로 매출을 늘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