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맛있는 우리 술은?

입력 2017-05-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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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랜 친구 몇 명과 마포의 한 맛 집에서 저녁을 같이 했다. 이 집은 음식도 괜찮았지만 이집에서 빚었다는 막걸리를 맞볼 수 있다. 그런데 막걸리 맛이 아주 특별하다. 식초를 넣은 것처럼 시어서 처음에는 마시기 어려울 정도이다. 다른 사람들은 조그만 잔으로 한잔씩 마시고 더 찾지를 않았다. 국민주가 되어버린 소맥으로 바꾸어 잔을 돌렸다. 필자는 남은 막걸리를 계속 마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술에 익숙해져서인지 마실만하고 그 집의 매운 음식하고도 잘 어울렸다.

쌀과 전통누룩, 물로만 빚은 술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맛의 우리 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달지 않고 좀 텁텁하더라도 조이는 맛이 있는 술을 좋아한다. 여기에 구수한 뒷맛이 있거나 마른 과일향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술을 빚기가 쉽지 않다 술을 달지 않게 빚으면 쓴 맛이 강하게 돌기 쉬우며 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전통주 복원을 위해 노력하시는 장인(匠人)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분들의 술은 대부분 향은 좋지만 단 맛이 강하다. 한두 잔 마시기에는 참 좋다. 그러나 음식하고 같이 오래 마시면 술의 단맛이 음식의 다른 맛을 눌러버려 음식을 즐기기 어렵다. 나중에는 술에도 거부감이 생긴다. 마포의 맛 집에서 마셨던 신맛 나는 술보다 음식과는 더 잘 안 어울리는 셈이다.

우리 조상들이 마셨던 술맛은 어떠했을까? 주방문에 양조법들이 남아 있어 당시의 도량 단위를 잘 추정하면 술의 복원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맛은 그때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 쌀과 물이 예전 그대로가 아닌데다, 날씨와 자연환경의 변화로 누룩 속의 곰팡이와 효모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입맛도 식습관의 변화로 엄청 변했다. 전통주의 복원은 큰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쌀, 누룩, 물 등의 천연물로만 술을 빚는 기본 원칙을 지키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맛의 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많이 마시는 희석식 소주나 막걸리는 인공감미료 등을 넣어 맛을 낸 다. 맛을 인위적으로 만들 것이라 술맛을 평가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술맛이 안 좋으면 또 다른 것을 섞어 마시면 된다. 오이나 양파뿐 아니라 과일 쥬스와 다른 술 등 섞을 것은 아주 많다. 예전에는 맥소롱이라는 파란색의 소화제까지 섞어 마셨다. 폭탄주 문화가 퍼진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한국에서 술맛을 조금 안다는 사람들은 우리 술 보다는 외국 술을 더 찾는다. 비싸거나 유명한 와인과 위스키, 일본 사케, 중국 백주 등이 맛있는 술로 인정되고 있다. 돈 없는 사람은 맛있는 술 먹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남아돌아 골치 아픈 쌀과 전통 누룩으로만 술을 빚어도 비싸지 않은 가격에 다양한 맛의 술을 빚을 수 있다. 프랑스의 비싼 레드와인과 같은 드라이한 술, 헝가리의 토카이와 같은 달콤하고 향기 좋은 술, 독일의 라인가우와 같은 새콤하고 상큼한 술 등이 나올 수 있다. 잘 믿어지지 않지만 우리 술을 빚어 본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다. 돈이 많이 들지 않고도 유럽과 같이 음식과 취향에 따라 맛있는 술을 골라 마실 수 있다. 입맛에 맞는 우리 술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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