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골퍼]잃어버린 타수를 찾아주기위해 연구소 불 밝히는 엑스페론 골프

입력 2017-04-0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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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페론 골프 김영준 대표이사

▲엑스페론 김영준 대표이사
▲엑스페론 김영준 대표이사
골프볼 전문기업 엑스페론골프 연구실은 언제나 밤 늦게 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 볼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위원들과 김영준 대표(47)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에 대한 토론을 계속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으로 엑스페론은 가장 균형이 뛰어난 완전 구형의 볼을 선보였고, 샌드벙커에서도 모래가 묻지 않는 볼을 선보였다.

골프볼 업체에서 비록 후발 주자지만 무섭게 선두그룹을 추격하고 있는 엑스페론의 김영준 대표는 골프의 호기심 탓에 이 바닥에 발을 들였다.

아내가 운영하던 중고골프공사업을 도와주게 되었던 것이 계기였다. 로스트볼 분류작업을 하던 중에 그의 손에 쥔 볼이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

철저하게 ‘흙수저’였던 그는 여러 가지 사업에 실패를 거듭했지만 잘 나갈 때 골프를 배워 골프볼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다.

‘볼은 둥근 것’ 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의 손에 들어온 볼은 아무리 보아도 둥글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불안정한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내 눈에 이상이 생긴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볼이 원형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가까운 공구상에 가서 길이를 재는 측정기를 구입해 이상하다 싶은 볼들을 재어 봤다.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눈이 이상한 게 아니라 볼이 완벽하게 둥글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지름이 무려 ±2mm 나 났다. 이런 볼보다 더 정교한 볼이 나온다면 프로골퍼뿐 아니라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과학적이고 최첨단의 공법을 동원해서 만들어졌다고 여기고 있던 볼이 아무래도 2% 부족하다고 느꼈다. 다만, 우리의 눈으로 둥글게 보일뿐인 볼은 사실은 오차가 있음을 알았다.

이런 볼이 불균형하다는 것을 알고 그는 골프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에서 근무한 과학자이자 골프저술가인 미국의 데이브 펠츠가 쓴 ‘프로처럼 퍼팅하라’라는 영자서적을 발견해서 읽었다.

그의 책에서 “골프볼이 당신을 바보로 만들 수 있다”라며 골프볼의 부정확성을 날카롭게 이야기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특히 세계적인 프로골퍼들조차 하나같이 골프볼의 밸런스를 확인해서 경기에 사용하고 있었던 것. 아마도 볼을 헤드에 올려 툭툭 치는 행동을 보았을 것이다. 한더즌 12개의 볼중에서 불량이 있을 때도 있다는 얘기다.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기존의 골프볼 제조사들은 ‘완전한 둥근 골프볼은 왜 못 만들까’ 하고, 제조 공법을 찾아 보고나서 그 이유를 알았다.

골프볼은 사출공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사출제품이 완벽한 구체(球體)가 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특히 골프볼의 중앙부에 있는 코어(고무재질)을 외피의 중앙에 위치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또한 완벽하게 중앙부에 코어를 위치시킨다고 해도 사출 후 냉각과정에서 냉각시간 차이 때문에 외형이 찌그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프볼의 최후 공정만 잘하면 완벽한 균형을 가진 볼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볼의 원리를 알고 나자 그는 스스로 놀랐다.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하고 고민했다.

이런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어떻게 사업화 할 수 있을까를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유는 볼을 생산할 수 있는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볼 사업이 안정됐지만, 준비하기까지 엄두도 나지 않았다. 밤에 대리 운전하는 처지에 신사업이 말이나 되나.

그는 오로지 신사업 아이템, 열정, 성실, 근면만이 담보였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그동안 많은 사업실패의 경험이었다.

4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엄마 나이 45세였다. 아버지가 한지공장을 하다가 빚만 크게 졌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검정고시가 필요한 고등공민학교를 졸업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가 검정고시를 통해 동국대 불교학과에 간 뒤 스님이 되겠다고 했다. 친구는 일본을 거쳐 미국 듀크대 비교종교학 교수가 됐다. 그는 어린 나이였지만 괜찮은 생각 같았다. 그도 서울로 상경했다. 세일즈맨으로 변신했다. 말이 그렇지 고무장갑 등 생활용품을 집집마다돌며 판매하는 일이었다. 이후 신문배달, 정밀기계가게에서 보조를 하며 황학동과 청계천을 돌아다녔다. 눈으로 보고 배우며 호기심을 키웠다. 중학교 검정고시를 마치고 등나무공예 가구를 만드는 등공공예점에서 일했다. 대표가 1시간을 일찍 끝내줘 야간에는 검정고시 학원에 다녔다. 4년여를 등나무가구를 만드는 일을 했고, 고등학교 졸업검정고시까지 마쳤다. 운전병으로 군을 마치고 광주로 낙향했다. 화물 운송을 2년 정도 했고, 이후에는 개인 사업을 했다. 미술방문학습지, 쇼핑정보 주간지, 구두광택제 지사 등 여러 일을 했다.

그러던 중 1995년경 한참 컴퓨터 중고시장이 활성화되어 가던 시기여서 중고컴퓨터 유통과 용산에서 컴퓨터와 부품들을 남품 받아 조립 컴퓨터를 판매했다. 컴퓨터 유통업을 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PCS 사업이 앞으로 활성화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LG PCS 대리점을 개설했다. 광주전남에서는 최우수판매점까지 올랐다. 1996년에 사업이 조금 안정이 되면서 서영대학교 전산정보학과 야간에 입학을 했다. 못했던 대학 공부를 26살에 붙잡은 것이다.

욕심이 화를 부르던가.

기존에 용산에 거래하던 업체를 통해 특판을 진행하던 중 사건이 일어났다. 보증서까지 끊어서 기업에서 납품받은 PCS가 개통이 되지 않고 공기계 상태로 거래처에서 가지고 사라졌다. 결국 부도가 났고, 신보의 보증서 받은 것 포함해 1997년 2억 원의 빛을 졌다.

그는 신혼 초기 행복을 기대했지만 시계는 반대로 가면서 가정은 피폐해졌다. 급한 마음에 다단계 판매도 해보았고, 중소기업제품을 도매로 가져와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판매도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01년 에어간판이라는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고, 하루 6시간을 걸어 다니면서 광주에 있는 거의 모든 상가를 다 방문 했다. 눈 내리고 도로가 얼어붙은 날도 어김없이 상가를 돌았다. 노력 덕에 에어간판하면 ‘한세’라는 회사이름을 연상할 정도로 광고업계에서는 성공을 했다.

중국에 공장을 추진할 시점인 2007년 당시 중국 위엔화 환율이 120원 정도 할 때였다. 중국 상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산업단지에 3000평 건물을 장기 임대하고 내부 시설에 들어갔다. 중국공장 시설이 늦어지면서 환율이 요동치며 1위엔이 200원을 넘어갔다. 엄청난 돈투자를 해놓고 중국공장추진을 접었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힘든 시련이 밀어 닥쳤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한국에서도 에어간판을 도로에 내어놓는다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서 주문도 급격히 떨어졌다.

일본과 말레이시아 등올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곳도 녹록치 않았다. 에어간판을 접고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목재를 구매해서 인천 목재단지에 팔았다. 2013년 결국 빚만 지고 다시 문을 닫았다.

그는 지칠대로 지쳤다. 그러자 어느 날 반항심이 생긴 것. 이렇게 살다 삶이 끝나는 것이나 그냥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해보자고 생각을 바꿨다.

▲엑스페론 골프볼
▲엑스페론 골프볼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야간 대리운전이었다. 경험을 쌓아 콜센터를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거리가 안됐다.

이때 볼에 눈이 간 것이다. 그것도 아내의 중고볼 사업을 돕다가. 사업을 진행할 만한 자금이 없었다. 호남대학교의 창업보육센타에 연구실공간을 얻기 위해 방문했고, 사업아이템에 대한 브리핑을 해서 7평짜리 사무실겸 연구소 공간을 확보했다. 엑스페론골프가 시작된 것이다.

없는 재원가지고 시작을 하다 보니 모든게 힘든 나날들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재기창업자대출을 통해 겨우 연구개발과 특허등록을 진행했다.

이후 신용보증기금에서 퍼스트팽긴 기업으로 선정돼 무담보 보증서를 지원받아 엑스페론 골프를 키워가고 있다. 2014년 골프산업학과에 다시 입학해 골프를 보다 심도 있게 공부를 했다.

이런 김영준 대표의 끈질긴 노력으로 엑스페론골프는 17개의 특허와 15개의 상표를 가지고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소기업 엑스페론은 많은 국가의 바이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15년부터 2년간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본 기반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세계골프시장에서 엑스페론골프의 존재를 부각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올랜도 PGA 쇼를 기점으로 미국, 프랑스, 일본,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발주가 들어오고 있다.

2017년 1분기는 매출이 전년도의 3배 이상 매출을 올렸고, 엑스페론골프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들이 준비하고 있다.

엑스페론은 한국과 중국의 청소년 골퍼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레드티 여성골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아직은 골퍼들에게 다소 낯선 브랜드지만 엑스페론은 비거리와 방향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골퍼들에게 잃어버린 타수를 찾아주기 위해 연구소의 불은 365일 새벽까지 켜져 있다. 안성찬 골프대기자 golfahn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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