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영국의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앞두고 강경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9일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유럽연합(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고 EU 회원국과 탈퇴 협상을 개시한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당시에도 유럽 통합을 강조하며 브렉시트에 대한 강경 입장을 보이며 하드 브렉시트를 예고해왔다. 하드 브렉시트는 EU라는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탈퇴하는 것을 말한다. 즉 EU를 탈퇴해 회원국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지지 않고 단일시장 접근권 등 이점만 챙기는 이른바 ‘체리피킹(좋은 것만 골라가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메르켈 총리 측근인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영국에 벌을 주는 것이나 유럽 통합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에 관심 없다”면서 “이는 우리가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들의 관계를 가능한 긴밀하게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메르켈 총리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가능한 한 EU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길 원했으나 난민 문제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역내 갈등, 프랑스와 폴란드 등 유럽 내 포퓰리스트들의 득세로 EU 통합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독일 정부는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되기 전 영국의 EU 탈퇴 조건인 ‘이혼 합의금’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EU 집행위원회(EC)는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FT는 메르켈 총리가 영국이 EU 탈퇴 협상 전 이혼 합의금에 대한 논의가 원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이혼합의금이 총 600억 유로(약 7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독일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들도 브렉시트 협상에서 상호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까지 장애물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기독민주당(CDU)의 브렉시트 담당 대변인은 “모두가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그건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제법원 제소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사회민주당의 브렉시트 담당 대변인은 “우리는 영국이 존경받을 만한 일을 하길 기대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EU는 영국을 국제법원에 제소하는 상황까지 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