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본금이 전년도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시장의 침체로 조달이 어려워지자 유상증자를 택한 기업들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기업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발행금액 12조5822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2241억원(+21.4%) 증가했다. 발행기업은 276사로 전년 대비 55사 늘었고 발행건수는 438건으로 같은 기간 59건 늘었다.
유상증자는 보유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기존 주주나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대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킨다는 점 때문에 후순위로 고려되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상장사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유상증자를 택한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작년 회사채 조달 규모는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브렉시트, 트럼트 후보 당선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만한 요소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와 동시에 조선, 해운, 철강 등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등급 하락우려가 있거나, 취약업종에 속한 대기업의 조달이 어려워졌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년대비 4167억원(+5.4%)이 늘었고 코스닥 시장은 1조8074억원(+68%) 증가했다. 발행금액 대부분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뤄졌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발행기업은 77사, 발행건수는 116건으로 각각 전체의 27.9%와 26.4%에 불과했지만 발행금액은 8조1189억원으로 전체의 64.5%로 코스닥시장(4조4633억원) 대비 월등했다.
유가증권시장은 기업규모에 따라 발행금액의 편차가 컸다. 유가증권시장 대규모법인(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유상증자 발행금액은 5조7949억원으로 1조5298억원(35.8%) 증가한 반면, 대규모 법인이 아닌 법인의 발행금액은 1조1131억원(-32.4%) 감소했다. 대규모법인의 발행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19.5%, 발행건수는 17.2%에 불과했지만 발행금액은 71.4%를 차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코스닥시장의 유상증자는 기업규모에 따른 차별화 없이 고르게 증가했다. 코스닥시장 대기업(자산총액 2000억원 이상)의 발행금액은 1조7057억원으로 6496억원(+61.5%) 증가했고, 대기업 이외 기업의 발행금액도 전년대비 1조1578억원(+72.4%) 늘었다. 전체 유상증자 기업수 90.5%, 발행건수의 92.9%, 발행금액의 61.8%는 대기업 이외 기업이었다.
한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선호하는 유상증자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유가증권시장은 구주주배정이 시장의 33%(4조1547억원)를 차지해 비율이 높았던 반면, 코스닥시장은 제3자배정 방식이 21.1%로 가장 많았다. 증시 전체적으로는 구주주배정이 5만3725건(42.7%)으로 가장 많았고 제3자배정이 4만8720건(38.7%), 일반공모가 2만3377건(18.6%)으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