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민간 싱크탱크’가 사라진다

입력 2017-03-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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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트렌드 분석 최고 평가 삼성硏, 그룹 연구소 역할만…기업 경제연구소들 잇따라 폐쇄축소

삼성경제연구소 홈페이지의 시계는 2013년 10월에 멈춰 있다. 한때 거시경제와 경영 트렌드 분석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룹 싱크탱크 역할만 담당하는 조직으로 변한 지 오래다. 삼성경제연구소뿐 아니다.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전략과 거시경제 운용을 조언하던 민간 싱크탱크들이 문을 닫거나 내부 연구소로 축소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브레인 역할을 하던 민간연구소들이 멸종 위기에 몰렸다. 대표적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2013년 이후 외부 보고서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 최근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혼란으로 사회적 갈등이 이슈가 되면서 삼성경제연구소의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이란 보고서가 연일 인용되고 있지만, 이 보고서는 8년 전인 2009년 발표됐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고위 경제 관료와 기업 최고경영자는 물론, 5년마다 나오는 대선주자들의 필독서였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돈도 안 되고 잡음도 많은 보고서를 내놓기보다는 모기업을 위한 연구에 공을 들이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한때 국가 경제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삼성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삼성경제연구소는 그룹 지배구조 변화 및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내부용 연구기관 역할에 더욱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기업 부설 연구소 역시 거시경제 분야를 포기했다. 외환위기 직후 경제연구소를 해체했다가 2002년 새로 발족한 SK경영경제연구소는 거시경제 분석을 사실상 접었다. 대신경제연구소 역시 2011년 이후 거시경제 전망 기능을 없애고 기업 지배구조 분석 등에 집중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소는 수익성을 이유로 2014년 해체됐다.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모단체인 전경련이 해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간 연구소의 축소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경유착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 부설 경제연구소가 정부 경제정책 등에 조언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불필요하다.

민간 연구소의 멸종은 한국 경제에 득이 될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정부가 새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외풍이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킨 데 이어 민간 경제연구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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