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무제 시대] ‘인구 절벽’ 위기 맞은 日… 직장인에게 휴식을 許하라

입력 2017-03-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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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하는 방식’ 바꾼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 절벽 위기에 몰린 일본이 ‘일하는 방식’ 개혁에 국가의 명운을 걸었다.

일본은 그동안 직원들이 오래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여성인력 확보 등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것이 국가의 과제가 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근무 방식은 오히려 전체 경제에 해가 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근무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여성들이 육아나 직장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남성들도 일에 매달리다 보면 여가활동 등에 시간을 쓸 여유가 없어져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과로사에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일본에서 ‘일하는 방식’이 중요한 화두로 부상한 이유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5년 인구조사 확정치에 따르면 총인구는 약 1억2710만 명으로 2010년에 비해 96만 명 줄었다. 이 가운데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5년 전보다 474만 명 줄어든 7628만 명을 기록했고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6.6%에 달했다. 일본 인구가 줄어든 것은 총무성이 192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7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612만 명으로 전체 인구 8명 중 1명 꼴이었으며 특히 사상 처음으로 14세 이하 어린이 1588만 명을 웃돌았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일본이 인구 절벽에 직면한 것이다.

인구 절벽 여파는 경제 전반과 기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1.0%로, 시장 전망인 1.1%에 못 미쳤다. 지난해 일본 백화점 매출은 전년보다 3.2% 감소한 5조9780억 엔(약 60조 원)으로, 1980년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6조 엔을 밑돌았다.

지난해 실업률은 3.1%로, 6년째 하락하며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이는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고용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히려 임금을 많이 줘서 근로자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직원 1인당 월급총액지수(2010년을 100으로 기준)는 1997년 113.6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2015년에는 99.0까지 떨어졌다. 파트타임 근로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8년의 16.3%에서 2015년에 30.5%로 2배 가까이 커져 일본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일하는 방식’ 개혁을 이런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인식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인구 고령화 대처를 위해 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 명 이상을 유지하는 ‘1억 총활약 사회’를 2차 아베노믹스의 핵심 목표로 내걸었다. 아베는 지난 2015년 장관급의 ‘1억 총활약 담당상’을 신설하고 자신의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를 앉혔고 지난해 8월 개각 때는 추가로 ‘일하는 방식 개혁 담당상’을 새롭게 만들어 가토가 겸임하도록 했다.

또 정부는 과로사로 이어진 야근 관행을 없애고자 올해 1월부터 사원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악질기업 공표 기준을 월 100시간 이상 초과 근무에서 80시간으로 낮췄다. 지나친 업무 스트레스에 신입 여직원이 자살한 일본 최대 광고업체 덴쓰는 이시이 다다시 최고경영자(CEO)가 올 초 사임하는 등 기업계에서도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에서 일하다 불법 잔업 압박에 자살한 신입사원 다카하시 미쓰리의 어머니 다카하시 유키미(오른쪽) 씨가 지난해 10월 7일(현지시간) 변호사와 함께 딸의 사진을 들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에서 일하다 불법 잔업 압박에 자살한 신입사원 다카하시 미쓰리의 어머니 다카하시 유키미(오른쪽) 씨가 지난해 10월 7일(현지시간) 변호사와 함께 딸의 사진을 들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도요타는 올해부터 야근 전담제를 도입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13년 육아 때문에 야근이 어려운 여성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오전 6시부터 근무하는 주근 근무제를 도입했으며 이를 보완하고자 야근 전담제도 시행하는 것이다. 미쓰비시부동산은 올해 후반 이전하는 새 본사 공간의 3분의 1을 직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라운지 형태로 만든다.

일본 정부와 우리나라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해당하는 경제인단체연합회(게이단렌), 일본백화점협회 등은 탄력근무제를 극대화해 아예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오후 3시까지만 일하고 조기에 퇴근하자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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