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47. 효녀 지은

입력 2017-02-07 10:35 수정 2017-02-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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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못지 않은 ‘딸의 효도’ 귀감

효녀 지은(知恩)은 신라 51대 왕 진성여왕(재위 887∼897) 대의 여성이다. 효녀 지은에 관한 이야기는 ‘삼국사기’ 열전과 ‘삼국유사’ 효선편에 실려 있다. 나이와 품팔이를 한 삯 등의 세부적인 사실은 다르나 이야기의 중심인물과 구성은 동일하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효녀 지은은 한기부의 백성 연권(連權)의 딸이었는데,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생계를 유지하며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삼국유사’에서는 그 구체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지은은 눈먼 어머니를 봉양해야만 했던 것이다. 가난한 평민의 딸인 지은이 기록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성품이 지극히 효성스러웠다는 점에 있었다.

지은의 나이는 ‘삼국사기’에서는 32세, ‘삼국유사’에서는 20세 안팎이라고 전한다. 혼기를 놓치도록 시집을 가지 않고 어머니에게 아침저녁으로 문안 드리며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은은 때로는 품팔이도 하고 때로는 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다가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이러한 날이 오래되니 고달픔을 견디지 못하여 결국 부잣집에 가서 몸을 팔아 종이 되기로 하고 쌀 10여 섬을 마련하였다. 그러고는 온종일 주인집에 가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밥을 지어 가지고 와서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은의 어머니가 말하였다.

“예전의 음식은 소박해도 맛있게 먹었다. 지금은 좋은 음식이기는 하지만 맛이 예전과 같지 않다. 그러기는커녕 가슴속을 찌르는 것 같으니 이 어쩐 일이냐?”

이에 지은이 사실대로 말하니, 어머니가 통곡하며 말하길 “나 때문에 너를 남의 종으로 만들었구나. 차라리 빨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하였다. 효종랑(孝宗郎)이 모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곡식과 옷가지를 보내었다. ‘삼국사기’에서는 효종랑이 지은의 주인에게 보상하고 지은을 양인(良人)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하였다. ‘삼국유사’에서는 효종랑의 부모도 지은에게 옷을 보내주고, 효종랑에게 속한 많은 무리들도 조(租) 1000섬을 보내주었다고 하였다.

나아가 이를 들은 진성여왕이 곡식 500섬과 집 한 채를 하사하고 지은의 재산을 지켜줄 군졸을 보내주어 지키게 하였다. 그리고 지은의 집이 있는 마을에 정문(旌門)을 세워 효양방(孝養坊)이라 하고 표창하였다.

이처럼 지은의 효는 특별히 상을 받았고, 널리 알려져서 다른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 지은의 효가 특별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삼국유사’에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지은의 어머니가 통곡하자 지은은 ‘단지 입과 배를 봉양할 줄만 알고,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에 한탄하여’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지은의 효는 효도란 부모님의 의식주를 봉양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부모의 마음까지도 헤아리는 것에 있음을 깨닫게 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은의 효는 효도의 행위가 아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딸 역시도 동일하게 행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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