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한편 트럼프의 금융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6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가 보도했다.
그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환율조작을 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통화정책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미국 경제주기의 다양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드라기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문서를 인용하면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신설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는 최신 환율 보고서인 2016년 10월 14일자 문서에서 독일은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재무부 보고서는 독일이 미국에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ECB가 외환시장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지난주 나바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독일이 저평가된 유로화를 악용해 교역상대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달 31일 “독일은 항상 ECB의 독립성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유로화 이전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에 취했던 입장과 같다”며 “우리는 ECB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나바로의 주장을 반박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규제 완화 계획도 비판했다. 트럼프는 지난 3일 행정명령을 통해 새로운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고자 제정된 도드-프랭크법 재검토를 지시했다. 드라기는 “규제 철폐는 매우 안 좋은 생각”이라며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나중에 고려해야 할 것이 규제완화다. 최근 금융중개기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위기 이전에 있었던 조건을 되풀이한다는 생각은 매우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는 마치 새로운 금융위기 씨앗을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려를 떠나 잠재적으로 위험한 생각이며 느리지만 꾸준한 경제회복을 지탱했던 적절한 금융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