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저커버그는 계속되는 좌절에도 최근 2년간 중국시장 진출 기반을 강화해 왔다고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저커버그의 꿈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5년 베이징 시정부로부터 현지에 대표 사무실을 개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무실은 서구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페이스북이 허가받은 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으며 결국 사무실을 내지 못했다. 이는 페이스북이 중국에 다시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페이스북이 지난 2005년 중국 사이트를 등록했을 당시만 해도 전망은 밝았다. 페이스북은 2008년 중국어 버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당시 원자바오 총리의 페이스북 페이지로 추정된 곳에는 수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그러나 2009년 신장 지역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함께 중국에서 차단된 뒤에 지금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커버그의 중국에 대한 짝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에 있는 본사에 중국 관리들을 초청했다. 또 꾸준히 중국을 방문해 현지 기업 리더, 정부 관리들과의 끈을 이어갔다.
2014년에는 홍콩 사무소 사령탑으로 인텔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왕-리 모저(Wang-Li Moser)를 앉혔다. 왕-리 모저는 인텔의 25억 달러(약 2조9080억 원) 규모 중국공장 건립을 주도했던 인사다. 현재 미국시민권자인 그는 뉴저지의 라이더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땄다. 그는 지난 2014년 말 저커버그와 루웨이 당시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의 만남을 주선했다. 지난해 3월에는 저커버그, 루웨이와 함께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며 미디어를 담당하는 류윈산과 회동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스스로도 중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4년 중국 최고 명문대 칭화대학 경영대학원 이사진에 합류해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 애플의 팀 쿡 CEO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5년에는 칭화대에서 중국어로 22분간 연설했다. 지난해 봄에는 스모그가 짙게 깔린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조깅하는 사진을 올려 온라인에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미국 시애틀을 방문했을 당시 만난 비즈니스 리더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더 많은 사업기회를 기대하면서 싱가포르와 홍콩 영업팀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지난 1년간 엔지니어들에게 중국에 적용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10년 전과 비교해 중국의 사업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설령 중국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웨이보와 텐센트의 위챗 등 소셜미디어 거인들과 경쟁해야 한다. 구글 중국 대표를 역임한 리카이푸 이노베이션웍스 CEO는 “위챗과 웨이보 등이 시장을 장악한 현 시점에서 페이스북에 희망은 없다”고 단언했다.
또 중국의 검열을 용인하면 18억 명 기존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저항과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여전히 페이스북은 중국 소셜미디어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지 기업들의 광고 플랫폼으로의 잠재력은 크다는 인식 하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여름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광고주들과 회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