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낙하산을 걷어낼 기회

입력 2016-11-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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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산업2부 차장

노무현 정부 시절, 남중수 KT 대표는 오리지널 KT맨이었다. 전신이었던 한국통신으로 입사해 30년 가까이 주요 요직을 거친 그가 사장까지 올랐던 것. ‘남중수’라는 브랜드는 민영화된 KT에서 보이지 않는 시너지를 내기도 했다. 바로 2만여 KT 직원들에게 “나도 될 수 있다”라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희망은 MB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의해 쉽게 짓눌리고 말았다.

시작은 MB대선 캠프와 인연을 맺었던 이석채 당시 회장이었다. 이 전 회장은 조직을 장악하고자 회사 주요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었다. 고교 동문을 계열사 부문장으로, 사외이사 자리에는 방통위 부위원장을 모셔오기도 했다. 이어 청와대 대변인을 그만둔 전직 아나운서부터 MB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이들까지 속속 KT로 몰려들었다.

부작용이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수백억 원대 배임과 횡령 혐의가 드러나 기소됐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거액의 자금을 빼돌린 혐의였다. 이 전 회장과 배임을 공모한 혐의로 KT 내 측근들도 줄줄이 기소됐다. 취임 첫날 “투명한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이 전 회장의 일성이 금세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비슷한 일은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KT에 낙하산이 쏟아져 내렸다. 정권의 비선 실세를 등에 업은 차은택마저 마케팅 임원 채용에 개입했다. 이리저리 휘둘렸던 KT 인사에는 심지어 사기꾼도 등장한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취업 추천을 받은 것처럼 속여 KT를 찾아간 장본인도 구속됐다. 주인 없는, 민영화된 공기업은 권력자에게 그만큼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간 공공기관장에 임명된 인사 5명 가운데 1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나아가, 같은 기간 임명된 상임감사 138명 중 무려 87명(63%)이 낙하산 인사였다. 대선 과정에서 인연을 맺었거나 정부와 여당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상임감사는 기관 2인자다. 권한이 크고 보수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그에 따른 책임이나 부담이 크지 않아 낙하산들이 선호한다. 물론 부작용도 뚜렷하다.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성과 저하 이유는 사실상 낙하산 인사에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공기관 성과 저하를 질책하기에 앞서, 업무 파악은커녕 전문성과 자질조차 모자란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이렇게 낙하산 인사가 정착되다 보니 기관장이 공석인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후임 낙하산이 내려오지 못해 전임 낙하산이 계속 병폐를 이어가는 모양새도 존재한다. 아예 기관장이 공석인 사태까지 나온다.

최근 공공기관의 인사 공백이 속출하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데,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국민에게서 하야 요구를 받고 있는 데다 청와대가 제대로 인사 검증에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인사 공백은 오히려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함부로 기웃거릴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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