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의 딜레마…‘좀비기업’이 유가 상승 막는다

입력 2016-10-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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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로 부실 에너지업체들이 줄도산했지만, 원유 공급은 좀처럼 줄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저유가로 부실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져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파산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고 있는 탓이다. 이는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에너지 관련 컨설팅업체인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2015년~2016년 사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에너지 기업들은 70개에 달한다. 하지만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들은 하루에 약 100만 달러를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 사실상 파업 보호 신청 이후에도 이전과 비슷한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파업보호 신청 업체들의 현재 생산량은 미국 전체 생산량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줄도산에도 생산량 변화가 미미하다 보니 유가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한때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붕괴했던 유가는 올여름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회복했으나 여전히 50달러 초반 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100달러 선이었던 3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이다. 이제까지 시장에서는 부실기업들의 파산은 시장의 균형을 잡는 과정의 하나로 인식돼왔다. 자연스럽게 부실기업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 불균형도 해결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업의 파산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우드맥켄지의 로이 마틴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파산이 시작된 것에 대해 시장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리고 사람들이 이제야 이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WSJ는 미국의 파산보호법인 챕터11로 인해 이러한 딜레마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챕터11은 미국 연방파산법에 따라 채무 상환 일정을 연기하거나 부채를 감면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일종의 회생 절차다. 이에 부실한 기업들이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해 부채탕감이나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이 법안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석탄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피바디에너지와 아치콜, 알파내추럴리소시스 등 미국 5대 석탄업체 중 3곳이 지난 18개월 사이 잇달아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생산량은 줄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IHS글로벌 에너지에 따르면 이들 세 개 업체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미국 석탄 생산량의 36%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이들의 생산량은 미국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사실상 파산보호 신청 이후에도 생산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치콜과 알파내추럴은 최근 파산보호에서 벗어났다.

올들어 미국 원유 재고량은 1800만 배럴이 늘어나 총 4억6900만 달러가 됐다. 역대 최고치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공급 과잉이 지속된다면 당초 60~70달러로 오를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도 하향 수정될 수 밖에 없다. 콜린 해밀턴 맥쿼리그룹 상품리서치 책임자는 “(공급에 대한) 리셋 버튼이 없다면 사실상 상품 가격의 의미는 없어진다”면서 “그러나 이는 길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빚을 갚기 위해서는 생산을 멈출 수 없다는 에너지 기업도 있다. 일부 기업은 저유가로 인한 경영난에도 오히려 생산량을 늘렸다고 WSJ는 지적했다. 그 결과 샌드리즈에너지, 굿리치페트로늄 등 일부 기업들은 파산 상황에서 벗어나 수익성 안정화에 접어들기도 했다. 생산량을 늘려오다 올여름 들어 유가가 오르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전략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부채를 끌어다 쓰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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