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알제리 비공식 회동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산유량 동결 제안을 거절했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이 28일 회동해 지난 2년간의 공급과잉에서 비롯된 저유가 추세를 끝낼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에너지장관은 “우리는 산유량 하루 400만 배럴 이상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생산량을 동결할 의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동 산유국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 관계를 다시 상기시켰다고 FT는 전했다.
사우디는 OPEC이 산유량을 최대 하루 100만 배럴 줄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이란의 산유량 동결을 그 전제로 들었다. 원유시장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이란의 산유량을 하루 360만 배럴로 추산하고 있다.
사우디도 저유가에 막대한 타격을 보고 있다. 정부 재정수지 적자는 약 1000억 달러(약 110조 원)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주 장관 월급과 공공부문 임직원 보너스를 20% 감축한다고 밝혔다.
산유량이 동결되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생산을 계속한다는 전략에 일대 전환이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이란은 핵제재 이전인 OPEC 내 시장점유율 13%를 회복하기 전까지는 산유량 동결에 동참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하루 420만 배럴에 달하는 물량이다. 잔가네 장관은 “현재 수준에서 우리는 동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이번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는 것은 우리의 아젠다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란의 산유량 동결 제안 거절에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2.7% 빠진 배럴당 44.67달러로 마감했고 브렌트유도 3% 가까이 급락해 배럴당 45.94달러로 마감했다.
미국 CNBC는 OPEC 회동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상품 전략 부문 글로벌 대표는 “회의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와해되면 유가 40달러 선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