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섬이라고 하면 방문이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 곳이라고만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섬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역사의 순간순간마다 등장하는 주요 무대였다. 완도는 1200여 년 전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해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주름잡던 전초기지였으며, 삼별초의 대몽항쟁으로 유명한 진도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왜구를 크게 무찌른 한산도는 우리의 역사적 긍지와 자부심을 드높인 곳이다.
그뿐 아니라, 최초의 해양생물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자산어보’ 는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도중 완성하였으며, 몽돌소리가 상쾌하고 해송이 푸르른 보길도는 한국의 대 문호 윤선도가 ‘어부사시사’ 라는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완성한 곳이니 섬은 우리나라 문화사에도 여러 저작의 창작에 영감을 준 모태였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전국 구석구석을 표현하는 단어로 전국 ‘방방곡곡(坊坊曲曲)’ 보다는 ‘진진포포(津津浦浦)’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일찍이 해양문화가 발달한 일본이 사용해 왔다는 이 단어에서 나루 진(津)과 바닷가 포(浦)로 공간을 표현한 일본의 해양 중심적 사고를 엿볼 수 있다.
한편 섬은 단순히 역사, 문화 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 또한 엄청나다. 섬을 둘러싼 200해리는 어업활동, 해양자원의 탐사‧개발‧이용 등에 관한 경제적 권리가 보장되는 구역으로, 바다 자원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중국과 베트남이 난사군도의 영유권을 서로 주장하고 있고, 조어도의 경우 일본과 중국이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독도를 더욱 아끼고 보살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경치도 수려한 섬은 관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선’에 우리 섬이 15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슬로우시티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힐링 관광지 ‘청산도’부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불을 밝힌 등대와 동백숲길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거문도’까지 빼어난 풍경을 지닌 섬들이 지역별로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최근 연안여객선을 이용객 수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들에게 섬은 방문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가치 있는 장소인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연안여객선 이용객이 10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13년에는 1600만 명이 섬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 이용이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여객선을 타고 섬을 방문한 여행객이 1500만 명에 달했던 만큼 올해는 역대 최고의 수송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한번쯤은 높고 트인 장소 어디든 최고의 전망대가 되는 경치 좋은 울릉도에서 맛있는 오징어회 한 접시를 먹고, 노을에 비친 크고 작은 무인도들이 절경을 이루는 홍도에서 홍어삼합에 막걸리 한잔을 기울여 보고 싶었지만 적지 않은 교통비 등에 망설였던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국민들의 섬 여행이 활성화 되도록 정부‧선사‧지자체가 힘을 모아 최근 연안여객선 할인 이용권 ‘열정! 바다로’ 를 출시했다. 만 28세 이하 내‧외국인이 ”열정! 바다로“를 구매할 경우 여객선 운임을 주중 50%, 주말 20% 할인해 준다고 하니 특히 방학을 맞아 섬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겐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지자체에서도 각종 숙박 및 관광지 연계 할인으로 힘을 보탰다. 또한 지역의 유명 관광도서를 위주로 여객선 할인상품을 추가 개발하여 시행중이니 하계 휴가철을 맞아 섬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들의 경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월호 사고의 아픈 기억이 있음에도, 여객선으로 섬 여행을 다녀오는 국민들이 많고, 여행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섬’이라는 명사와 ‘가고 싶다’라는 동사가 만들어내는, 일에 찌든 현대인에게 여행이 주는 활력을 나타내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올 여름엔 여객선을 타고 대한민국 방방곡곡, 아니 진진포포 섬에 방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