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매미와 안전교육

입력 2016-06-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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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여름하면 항상 떠오르는 안도현 시인의 ‘매미’의 시구다. 매미는 종류에 따라서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17년 동안 땅속에서 나무의 수액을 먹고 자란다. 하지만 지상으로 올라와서는 보름도 못 되는 날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짧은 순간을 위해 기나긴 시간을 보낸 매미의 일생은 2008년 발간된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진 ‘10년의 법칙’과 일맥상통한다. 진정한 숙련자의 경지에 접어들기까지 10년의 시간을 요구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과 같이 안전과 관련한 분야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투자를 한다 해도 당장 그 효과를 볼 수 없어 관심과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채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기도 했지만 성장 우선주의 정책 과정에서 안전비용은 무시되기 일쑤였고, 경제성과 신속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잠재적 위험 요인을 간과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다.

교육현장만 보더라도 초등학교에서부터 10여 년의 시간 동안 성적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로 안전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일부 선진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들은 유아 때부터 물놀이, 화재, 자동차 등의 사고 예방을 위해 주제별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안전의식을 생활화시켜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예방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뿌리 깊게 인식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불안전한 행동이 안전한 습관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한두 번의 일회성이나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10년 이상의 꾸준한 교육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소방서에서는 학교 및 단체 등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예방교육, 심폐소생술 교육 등을 다각적으로 운영해 학생들에 대한 소방안전 교육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무엇보다 학교와 가정에서 안전에 대한 의식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는 문화가 선행돼야 한다.

궁극적인 우리 사회의 ‘안전’은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 국민 스스로가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보름을 살기 위해 10여 년의 시간을 땅속에 파묻혀 사는 매미처럼 안전을 위한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안전교육이 지속된다면 잇단 대형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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