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라이프] “기준금리 내려도…” 투자 대신 안전자산 ‘逆머니무브’… 불황에 갈 곳 잃은 부동자금

입력 2016-06-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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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에 ‘금리 내리면 증시↑’ 공식 깨져… 1분기 은행 요구불예금 154조 전분기보다 20조↑ ‘사상 최대’… “자본시장도 안전자산” 채권형펀드 순자산 100조 첫 돌파·金수요 급증에 가격 오르고 인버스 ETF 거래량도 급증세

금리를 인하하면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려 증시가 뛴다는 이야기는 옛말이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했지만 시중 여유자금은 여전히 은행으로 달려가고 있다. 금리인하 소식에 빨간등을 켜며 화답했던 코스피 지수는 금리 인하를 결정한 9일부터 13일까지 3거래일 연속 2.23% 하락했다.

시중에 돈은 넘쳐나지만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커지는 것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과 변동성 높은 경제 때문이다. 투자처를 찾는 자금은 올 초 중국 증시 급락 이후 브렉시트,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변수와 국내 경기 불확실성으로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실업률 증가 등 경기 부진 우려가 고조되면서 당분간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내렸는데 은행으로 이동하는 돈=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평잔 기준)은 154조1170억 원으로 전 분기(133조3745억 원)보다 20조7425억 원이 늘어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17년 만의 최대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금 계좌 또는 예금을 뜻한다. 금리가 0.1% 안팎에 불과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계와 기업들이 은행에만 돈을 묻어두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에 주요 대형은행들도 수신 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은행 수신액은 오히려 급증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9일 973조6249억 원에서 5영업일 만인 16일 984조401억 원으로 10조4152억 원이 증가했다. 은행별로 농협은행이 3조7684억 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KEB하나(1조4820억 원), 우리(1조2900억 원), 신한은행(9721억 원) 순이었다. 활동성 고객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만 5323억 원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처를 찾기 어렵고, 글로벌 시장의 변수들이 있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은행에 돈이 몰리는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 코스피 견인차는 옛말…안전자산으로 자금 이동= 코스피 지수는 금리 조정이 있었던 지난 9일 0.14% 하락했고, 이튿날(10일)에도 0.32% 떨어졌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1년 3.25%였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인하되는 동안 소비와 투자는 각각 1.7%,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이제는 기준금리 인하가 반드시 경기회복을 이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자본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채권형 펀드에는 3조860억 원이 순유입됐다. 전체 채권형 펀드 순자산은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반면 주식형 펀드에는 5월 한 달 동안 30억 원 순유입됐다.

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KRX 금시장 종가는 4만9480원으로 개장 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가격상승률도 개장 이후 최고치인 4.9%를 기록했고, 거래량 역시 128kg으로 KRX금시장 개장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한국 증시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인 코덱스(KODEX) 인버스 ETF의 지난 9일 거래량은 2558만 주에 달했다. 이는 5월 평균 거래량인 1280만 주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6월 평균 거래량인 1590만 주보다도 증가한 규모다.

인버스 ETF란 기초자산이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금리 인하 후 인버스ETF의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국내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위험회피 성향이 높게 유지될 경우 자금의 단기 부동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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