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 배짱 커진 OPEC, 원유 홍수 부르나

입력 2016-06-03 07:53 수정 2016-06-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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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량 조절 합의에 실패…시장 반응은 ‘잠잠’·브렌트유 7개월 만에 배럴당 50달러 선 돌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유가 상승에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공급 과잉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에도 산유량을 조절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OPEC은 2일(현지시간) 열린 총회에서 산유량 상한 등 생산량 조정을 논의했으나 최종 합의에 실패하고 향후 원유시장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는 결론만 내놓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수급 상황이 점점 균형을 찾고 있어 다시 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견해가 산유량 조정 합의 무산으로 이어졌다고 WSJ는 전했다.

OPEC은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등 유가 하락으로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른 일부 회원국들이 산유량 상한선 재도입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OPEC은 지난해 12월까지 회원국 생산량을 총 하루 3000만 배럴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뒀으나 당시 총회에서 각자 재량껏 생산하기로 하면서 이를 사실상 폐지했다.

국제유가는 연초 13년 만에 최저치까지 추락했으나 이후 약 80% 올라 OPEC이 산유량 억제에 나설 필요를 약화시켰다. 압달라 살렘 엘 바드리 사무총장은 “시장은 우리에게 편안한 상태”라며 “생산목표 설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OPEC은 지난 2014년 11월 총회에서 유가를 높게 유지하는 대신 시장점유율 확보를 우선하는 전략으로 선회해 유가의 대폭적인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점유율 확대와 비회원국 감산 등으로 OPEC의 의도가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앞으로도 OPEC 산유량은 증가 추세를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우리나라 산유량을 지금보다 하루 100만 배럴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취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 팔리 신임 석유장관은 미국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심지어 OPEC의 도움이 없더라도 유가가 연말에는 배럴당 6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OPEC 회의 결과에도 시장 반응은 잠잠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올라 S&P500지수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도 소폭 상승해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50.04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11월 3일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50달러 선을 돌파했다. 미국의 원유 공급 감소가 OPEC 충격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37만 배럴 줄어든 5억3570만 배럴을 기록했다. 최근 4주 가운데 3주간 재고가 감소한 것이다.

향후 OPEC에 남은 과제는 그동안의 유가 하락으로 균열이 생긴 카르텔의 유대 강화다. OPEC은 산유량 조정을 통해 원유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나 목표가 부재한 현 상황이 길어지면 존재 의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편 OPEC은 이날 엘 바드리의 후임으로 나이지리아 출신의 무함마드 바르킨도 전 OPCE 사무총장을 선출했다. 또 20년 전에 OPEC에서 탈퇴한 가봉의 재가입을 허용했다. 이에 OPEC 회원국은 14개로 늘어났다. 가봉의 산유량은 하루 24만 배럴로 OPEC 회원국 중 가장 적다.

다음 OPEC 총회는 11월 3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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