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 칼럼] 대학 강의실의 고민

입력 2016-05-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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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대학의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다. 요즘 대학 신입생들은 대학 문을 들어서면서 다소 과장 섞인 표현이긴 하지만 ‘문화 충격’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교수의 강의에 대한 로망(?)을 안고 입학했는데 처음 경험하는 교수님들 강의가 그 자체로 문화 충격이라는 것이다. 이유인 즉 “교수님들 강의는 무슨 말씀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신입생들 왈, 자신들은 그동안 내로라하는 인터넷 명강의 덕분에 IQ보다 JQ가 더 높아졌다고 하는데, 여기서 JQ는 ‘잔머리 지수’라 하니 제법 뼈 있는 농담인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교수님들도 제발 알아듣기 쉽게 요약 좀 해달라”는 요구를 자연스럽게 제기하는 것 같다.

한데 이러한 우리네 강의실 풍경은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금, 프랑스 현대철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미셸 세르가 ‘엄지 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어갈 미래’에서 주장했듯이 이제 뇌 하나를 더 소유하게 된 지금, 교실 또한 획기적 변화를 준비하고 이를 적극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미래가 암울하리란 전망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와중에 유럽을 중심으로 강의실에서 필히 키워야 하는 능력으로 다음의 4C가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4C는 Communication(소통 능력), Creativity(창의력),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능력), 그리고 Collaboration(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들 4C는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지칭하는 바, 이를 키워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겠다.

교실 혁명을 향한 도전이 만만치 않구나 절감하던 즈음, 우연히 알게 된 우울한 사실이 있다. 대체로 교수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학생들의 강의 평가 점수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예외적 사례도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 젊은 시절 강의 우수상도 수상하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교수들조차도 퇴임할 때가 가까워오면 학생들의 강의 평가 점수가 하강 곡선을 그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발견했다.

왜 그럴까, 호기심에 학생들이 남긴 강의평가 내용을 보니 흥미로운 표현들이 몇 가지 눈에 띄었다. 학생들이 주로 제기하는 불만의 첫 번째 요인은 “교재가 없다”는 것이었다. “시험 공부에 필요한 참고서를 소개해달라”고 요구하는 요즘 대학생들이고 보니 교재 대신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생각하는 힘, 더불어 비판할 수 있는 힘, 나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 등을 키우고자 하는 원로 교수님 강의는 학생들 입장에선 수강 기피 1순위다.

두 번째로 자주 등장하는 불만의 목소리는 “교수(님)의 잔소리가 많다”는 것이었다. 학생들 입장에선 교수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으니 잔소리로 들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를 일이다. 교수의 설명이 학생들에게 잔소리로 들리는 배경에는 세대 격차가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중진 혹은 원로 교수들은 20대 초반의 학생들과 만나는 강의실에서 세대 간극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언젠가 초등학교 시절 (지금은 사라진) 중앙청 앞에서 전차를 타고 종로 2가 화신 백화점까지 심부름 다닌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교수님은 김두한과 같은 시대에 사셨다는 건가요?”라는 엉뚱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대 최고의 갑부였던 화신 백화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길 없는 학생들은 내 이야기를 그냥 ‘잔소리’로 받아들였을 게다. 연장선에서 학생들은 진도를 맞춰주지 않는 교수들 강의에도 예외 없이 볼멘소리를 적어낸다.

결국 지금까지 축적된 사교육의 어두운 그림자가 대학 강의실에 짙게 드리우고 있는 현실 앞에서,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헤쳐가기 위한 길은 무척이나 멀고도 험난하기 그지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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