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4일 노태우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3곳의 유령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작업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명단을 공개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노씨는 지난 2012년 5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서 3개의 회사를 설립해 주주 겸 이사에 취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회사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라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3개 회사 이름은 One Asia international(원 아시아 인터내셔널), GCI Asia(쥐 씨 아이 아시아), Luxes international(루제스 인터내셔널)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루제스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의 주주로 노씨와 노씨가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인 GCI Asia가 등재돼 있다.
뉴스타파는 "(이 회사들이) 소유구조를 매우 복잡하게 내놨다"며 "이렇게 중층적으로 설계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노씨는 회사 설립 당시 자신의 주소를 홍콩으로 기재했고 2013년 5월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이사직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첸 카이와 한국인으로 보이는 김정환 씨가 물려받았는데 두 사람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이런 점에 견줘 노씨가 설립한 회사는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라고 지적했다.
노씨는 이와 관련, 뉴스타파에 "개인적인 사업 목적으로 1달러짜리 회사를 몇 개 설립했지만 이혼 등 여러 가지 사정 때문이었다. 회사를 이용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번 자료 가운데 'korea'로 검색된 파일은 모두 1만5천여 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 이름 195명이 확인됐다.
노씨는 당초 한국주소지를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195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이름이 노태우 씨의 장남과 동일했기 때문에 자료를 찾다가 생년월일과 사진을 확인한 결과, 노 씨와 동일한 인물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들에게도 은닉돼 있지 않았냐는 의혹이 계속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자금의 이동흔적이 나오지 않았다"며 "다만 조세회피처에 1달러짜리 회사를 세운 건 명확하다. 국내 조세당국이나 금융당국의 감시를 벗어나 뭔가를 하려는 목적과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SK그룹과의 관계도 들여다봤지만, 현재는 추정만 할 뿐이라고 밝혔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사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세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제공조를 통해 한국인 명단을 확보한 뒤 탈세 혐의와 관련 세원이 포착되는 경우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뉴스타파는 이르면 금주 중 한두 차례에 걸쳐서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한국인들을 공개할 방침이다.
뉴스타파는 "195명 중에 두자릿수는 신원이 확인됐다"며 "그중에 일부는 해외 사업을 하려고 합법사업을 했다고 소명을 한 경우도 있다. 그런 소명이 적합한지에 대해 자료를 확인하고 나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