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투데이]‘지킬과 하이드’ 경제의 해법은 ‘혁신’

입력 2016-02-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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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는 경기 전망을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비유한다. 고용과 내구재 주문 지수가 발표되면 경기가 좋을 것 같고 경제성장률이나 생산지수가 나오면 침체를 걱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착한 지킬박사와 악한 하이드 중 어느 것이 본모습인 지 헷갈리듯 경기를 종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제는 착한 지킬박사보다 악한 하이드가 더 활개를 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월가의 근심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금리인상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연초 주가 폭락으로 철렁했던 가슴이 진정되지 않은 채 울렁증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마이너스금리 시행,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움직임 등 크고 작은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니 울렁증이 나을 겨를이 없다.

최근에는 기업의 수익 악화가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기업의 수익성 감소세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에 미국 기업의 수익이 감소세로 돌아섰을 때만 해도 일시적인 현상이겠거니 했으나 4분기에도 3.6%의 감소세를 보이면서 대세는 비관 쪽으로 기울어버렸다.

미국 기업의 수익은 올 들어서도 1분기에 6.5%나 감소하고 2분기에는 1.1% 줄어들면서 올 3분기까지는 감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과거 115년간의 경기 궤적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분기 수익이 연속 감소하면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이 81%에 달한다는 것이 월가의 계산이다.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은 이를 근거로 주요 고객들에게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냈다.

경기가 침체하지 않을 확률도 19%나 된다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것이 낫다. 이 확률은 강력한 통화·재정 정책이 뒷받침되는 경우였는데, 연방준비제도(Fed)와 미국 정부의 형편을 보면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 비관적인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버트 고든 교수는 최근 ‘미국 성장의 부침(The Rise and Fall of American Growth)’이라는 저서를 통해 제대로 된 혁신(innovation) 없이는 침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혁신에 의해 투자와 소비가 자극되어 새로운 호황 국면이 형성된다는 슘페터의 이론과 비슷한 듯 하지만 섬뜩할 정도로 냉혹한 내용이다.

미국의 기술발전과정을 면밀히 분석한 고든 교수는 미국의 기술이 지난 200년간 장족의 발전을 했지만 경제 도약의 원동력이 된 혁신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에디슨이 발명한 전기와 전화를 비롯, 연소기관, 대량 생산, 실내 화장실, 전염병 퇴치, 컴퓨터 등 7가지 정도를 꼽았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조차도 혁신으로 보지 않고 기존 기술을 개조하거나 개선한 정도로 밖에 보지 않는다. 그러니 요즘 첨단 분야로 꼽히는 로봇, 신재생에너지, 드론 등과 같은 정도의 기술발전으로는 세계의 경제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도 크게 공감을 할 정도니 이제는 연 1~2%의 경제 성장에 만족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경기 진작을 위해 통화, 재정, 구조 개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합의를 해도 혁신 없이는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경제를 착한 지킬박사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통화·재정 정책이라는 약을 투입하지만 약효가 점점 약해져 결국은 하이드의 모습으로 종말을 맞는 상황이 걱정스럽다. 유일한 대안은 제대로 된 혁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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