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前 KT&G 사장 첫 재판… "억울하고 참담하다"

입력 2016-02-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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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억울한 심정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랑스럽게 살지는 못해도 부끄럽지 않게 살자고 했다.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해 억울하고 참담하다."

협력업체와 회사 직원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민영진(57) 전 KT&G 사장이 25일 첫 재판에 나서 이같은 심정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 부장판사)는 이날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민 전 사장에 대한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과 민 전 사장 측은 특히 2010년 KT&G 청주제조창 부지 매각 뇌물 공여 사건에 민 전 사장이 관여했는 지를 놓고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 금품거래로 청주시는 KT&G 청주제조창 부지를 비싼 값에 사들인 것으로 판명됐고, 금품을 전달한 이 씨와 최 씨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당시 사건에서 최종 결정권자인 민 전 사장과 청주시장에 대한 아무런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실무 담당자들만 구속됐다"며 "최 씨와 이 씨가 민 전 사장에게 내용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최 씨와 이 씨의 진술은 모두 자신의 비리에 관해 수사 받는 과정에서 '소문'을 진술했을 뿐인데, 수사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로 기소가 됐다"며 "이들의 진술은 구체적이지도 않고, 당시 정황과 맞지 않은 면이 있어 향후 재판과정을 통해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민 전 사장이 러시아에서 담배 유통상로부터 4000만원 상당의 '파텍 필립' 시계를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뤄졌다.

변호인은 "시계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만찬 자리에서 참석자 전원에게 지급하는 기념품이고 시가도 100만원 정도로 생각해 노조위원장에게 그대로 건네줬다"며 "배임수재에 관한 인식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KT&G는 5만원 이상의 물품을 받으면 윤리경영실에 신고하고 물품을 반환하도록 내부 규정을 두고 있고, 민 전 사장도 윤리경영을 강조했었다, 해외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것을 의례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향후 재판 절차를 정하는 준비기일이었지만 검찰과 민 전 사장 측은 재판 도중 얼굴을 붉힐 정도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검찰은 공소사실에 관해 변호인과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참고인들의 진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재판부로부터 '입증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증거능력이 없는 진술을 너무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1일 오후 2시에 공판을 열고 민 전 사장의 혐의에 관해 진술한 증인들을 심문하기로 했다.

민 전 사장은 2009년~2012년 회사 직원과 협력업체 2곳으로부터 1억여원을, 해외 담배유통상으로부터 파텍 필립시계 1개와 롤렉스 시계 5개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2010년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과정에서 KT&G 임원들을 시켜 청주시청 공무원에게 6억6000만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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