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마이너스 금리 후폭풍…중앙은행들의 딜레마

입력 2016-02-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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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과 물가 안정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노력이 주요국 채권 수익률을 마이너스(-)로 고착화시키는 새로운 정상(뉴노멀)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은행권의 수익을 압박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만큼 중앙은행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증언에서 “우리도 일본은행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2010년에 검토했지만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채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 등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을 우려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연준은 그해 11월에 장기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양적완화 제2탄(QE2) 도입을 결정했다.

실제로 스위스, 유로존, 덴마크 등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시도했으나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일본은 엔화 약세를 통한 경기 부양을 꾀했으나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일본의 장기 국채 금리는 지난 9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에 진입해 -0.035%까지 떨어졌고, 10일에도 이 기조는 계속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위스의 10년 만기 국채를 비롯해 일부 국가에서도 장기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전환됐지만 선진 7개국(G7)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 영향으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지난해 4월 0.05%까지 하락했으나 마이너스권까지 떨어지진 않았다.

일본의 장기 국채 금리 하락은 주가 하락이 리스크 회피 심리에 불씨를 당기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에 자금이 급속도로 몰린 탓이다. 이로 인해 은행의 수익성 악화 우려로 은행권이 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 대형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의 주가는 지난 9일에 8% 넘게 주저앉았다.

유럽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다. 유럽증시 역시 마이너스 금리의 여파로 은행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며 최근 증시가 급락했다. 특히 독일 대형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신용경색 위기에 내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첫 번째 희생양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다. 다만 도이체방크와 독일 정부, 투자은행들까지 나서 도이체방크의 유동성에 문제 없음을 강조하면서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10% 넘게 반등했고, 유럽증시도 진정된 모양새다.

그럼에도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완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 경제에 하방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며 3월 회의에서 금리의 마이너스 폭을 확대할 뜻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국가들이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중앙은행들이 각국의 통화 약세 경쟁과 은행권에 미치는 악영향, 금융시장 왜곡 등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을 인지하면서도 그 카드를 포기할 수 없는 건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WSJ은 시장이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에 의구심을 갖고 있음에도 중앙은행이 완화 정책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옐런 의장의 태도 역시 일변했다. 그는 10일 의회 증언에서 “미국 경제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옐런 의장은 “금리의 실제 움직임은 앞으로 나오는 경제 전망과 관련한 자료에 달려 있다”면서 “어떤 수준의 금리가 최대 고용 및 연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9년 반 만에 금리를 인상할 당시만 해도 연준 위원들은 올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 혼란으로 추가 금리인상이 녹록지않게 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은 약 56조 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작년 5월 말의 약 71조 달러에서 9개월 만에 14조 달러 감소했다. 감소액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3배 규모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에 따르면 세계 시장의 21.1%인 8조7000억 달러의 채권이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플러스권에 머물러 있는 경우여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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