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케빈 켈리‘통제불능’

입력 2015-12-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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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기계와 태어난 생명체

무려 929쪽의 책을 읽어라! 오늘날처럼 분주한 시대에 이런 요구가 무리인 줄 안다. 그럼에도 케빈 켈리(Kevin Kelly)의 ‘통제불능’(김영사)은 현대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데 유익한 책이다. ‘인간과 기계의 미래 생태계’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잘 담고 있다.

이 책의 키워드는 만들어진 것과 태어난 것이다. 만들어진 것은 기계이고 태어난 것은 생명체이다. 문제는 기계 영역과 생물 영역이 서로 겹쳐지는 현상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계에 생물학적 특성이 점점 더 많이 침투해 가고 있다. 두 가지 현상이 눈에 띄는데 하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물건이 점점 생명체와 유사하게 행동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생명체에 공학적 요소가 점점 더 많이 가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물 논리가 기계로 도입되고 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공학 논리가 생명체로 도입되고 있다”는 말로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담고 있다. 이를 풀어쓰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환경이 고도로 기계화될수록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궁극적으로 고도로 생물학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기술의 토대 위에 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회색빛 강철의 세계가 아니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미래는 신생물학적 문명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계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 성공한 생물의 속성에는 자기 복제, 자율적 괴리, 제한된 수준의 자기 복구, 일정 범위 내에서의 진화, 부분 학습 등을 들 수 있다. 생명체에 공학 논리가 도입되어 성과를 거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이 가운데 젖소를 들 수 있다. 야생 소의 젖통은 송아지가 아닌 인간을 만족시키기 위해 ‘비자연적’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점점 커지게 되었다. 따라서 젖소는 증기 기관이나 화약만큼이나 중요한 인간의 발명품이라고 부를 수 있다.

여기서 저자는 한 가지 중요한 개념인 ‘비비시스템’(vivisystem, 살아 있는 계)을 제시한다. 비비시스템은 만들어진 것이든 태어난 것이든 ‘생명과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비비시스템의 많은 것들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로 구성된다. 이런 시스템은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도 매우 복잡하고 웅장하다. 예를 들어, 전 지구적 통신시스템, 컴퓨터 바이러스 인큐베이터, 로봇 원형, 가상현실 세계, 합성된 애니메이션 캐릭터, 다양한 인공 생태계, 지구 전체의 컴퓨터 모형 등이다.

이들이 현재를 중심으로 작동되는 모습과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나갈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야생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 야생 자연은 비비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통찰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성장 상태의 초입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대한 해법에도 귀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비비시스템은 중앙통제식으로 운영되면 될수록 야성을 잃고 쇠락해 간다는 사실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은 모든 거대한 비비시스템을 관통하는 통일된 원리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생명의 힘을 만들어진 시스템에 불어넣으면 넣을수록 인간은 기계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고, 기계들은 스스로 야성을 획득하게 되며 야생에 수반되는 의외성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문명이 고도화될수록 최상의 창조물을 완전히 지배할 수 없다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현대 문명의 기초가 되는 만들어진 것들은 자율적이고 적응적이며 창조적인, 그래서 통제할 수 없는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 있음을 이 책은 생생한 사례를 통해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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