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 탓에 월가에서 매크로 펀드의 청산이 잇따르고 있다.
대형 헤지펀드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에 이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실적 부진을 이유로 매크로 펀드에서 손을 털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블랙록은 20억 달러(약 2조3420억원) 규모의 매크로 헤지펀드 ‘글로벌 어센트 펀드’를 청산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매크로 펀드 업계가 전반적으로 역풍을 맞는 상황에서 해당 펀드의 투자금을 상환하는 것이 투자자들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블랙록의 이 매크로 펀드는 환율과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9.4%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1분기에만 12.3%가 빠지는 등 2003년 펀드를 론칭한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기준 31억 달러였던 글로벌 어센트 펀드의 운용 자산 규모는 10억 달러가 증발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도 20억 달러 규모의 ‘포트리스 매크로 펀드’를 청산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2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수익률을 감당하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리퀸에 따르면 헤지펀드 업계는 2011년 이후 전반적으로 부진했으며 올해는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대형 헤지펀드가 맥을 못 추고 있는 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모호한 시그널 제시 때문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전 세계 경기 동향을 예측하면서 폭넓게 투자하는 매크로(Macro) 헤지펀드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에 대한 예측 실력이 성패를 가른다. 이 때문에 연준의 통화 정책 향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크로 헤지펀드의 수익률도 덩달아 떨어졌다. 더크 위드만 알토 인베스트의 투자전략 책임자는 “매크로 펀드는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예측력에 따라 수익률이 갈린다”면서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펀드 매니저들이 미국과 중국 등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고, 그 결과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이클 노보그라츠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가 낭패를 봤다. 그가 운영했던 포트리스 매크로 펀드 규모는 80억 달러에서 수익성 악화로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20억 달러 규모로 쪼그라들었고 결국 청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