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능을 본 지 1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때만 생각하면 심장이 쫄깃해집니다.
제 친척도 이번에 수능을 치르는데요. 며칠째 수능 선물로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아이가 갖는 부담감엔 비할 바 아니지만요.
장난스럽지 않으면서도, 합격의 의미가 담겨있고, 가격도 적당하면서, 실속있는 선물이어야 합니다. 아... 따질 게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수능 선물로 뭘 할까요. ‘컨닝’ 좀 해야겠습니다. 아! ‘참고’로 정정합니다.
수능 선물의 역사는 학력고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4년 시작된 학력고사는 가고 싶은 대학에 먼저 지원한 후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찰싹 붙어라’란 의미로 찹쌀떡과 엿이 유행했죠. 대학 정문에 엿을 붙여놓고 시험 내내 기도를 드리는 수험생 어머니들 모습 기억나시죠?
1993년 입시제도가 수능으로 전환되면서 ‘언어유희형’ 선물이 인기를 끕니다. 수능은 학력고사와 반대로 ‘선 시험, 후 지원’ 방식이었습니다. 점수에 따라 갈 수 있는 대학이 나뉘었죠. 시험을 잘 보는 게 중요했습니다.
이 때문에 화장지(잘 풀어라), 거울(잘 봐라), 야구방망이(잘 쳐라), 도끼(잘 찍어라), 주사위(잘 굴려라), 풍선껌(점수 부풀려라), 열쇠고리(대학에 꼭 들어가라) 등이 1990년대 수능 선물 0순위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수능 선물은 ‘웰빙’ 옷을 입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다크초콜릿이 각광받기 시작하죠. 특히 단일불포화지방이 풍부해 우울증을 줄여준다는 아몬드 초콜릿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요즘은 어떨까요? 의미보다 실속을 더 중요시합니다. 자세를 교정해 주는 기능성 허리 지지대, 눈에 피로를 덜어주는 자연광 LED 스탠드, 숙면을 돕는 기능성 베개가 불티나게 팔립니다. 대학에 가서도 쓸 수 있는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태블릿 PC도 인기 품목이고요. 입학 전까지 ‘변신’이 가능한 성형수술권도 수험생 위시리스트에 담겨 있다고 합니다.
찹쌀떡과 LED 스탠드, 엿과 성형수술권.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선물을 전하는 사람의 마음은 모두 똑같겠죠. 글을 쓰다 보니 친척에게 어떤 선물을 줘야 할지 가닥이 잡힙니다. 그 아이 프라이버시를 위해 뭔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60만 수험생 여러분, 고지가 머지않았습니다. 끝까지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