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유암코 위주의 기업구조조정 계획에 변화를 준다. 거대 자금을 보유한 민간 사모펀드를 기업 구조조정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가 유암코와 공동 위탁운용사(GP)로 나설 경우에도 100% 의결권을 갖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담당 관계자들은 전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보고펀드, IMM PE(프라이빗에쿼티), JKL파트너스, 글랜우드 등 국내 사모펀드(PEF) 10~15곳과 만났다.
금융위는 이 자리에서 지난 10월 발표한 유암코 위주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운영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상 대형 사모펀드들의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암코와 함께 기업구조조정에 참여할 경우 사모펀드는 의결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유암코와 함께 별도의 기업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할 경우 기존 펀드의 미 집행된 자금을 활용할 수 없어 추가적 자금 모집의 부담이 발생한다.
앞서 정부는 유암코가 민간 PEF와 공동 GP로 나설 경우 30~50%를 출자하고, 전문적·독립적 의사결정을 통해 구조조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그러나 “유암코와 민간 PEF의 성격이 달라 Co-GP를 이루는 것이 어렵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목적인 유암코와 차익실현이 우선인 민간 PEF의 성격이 달라 의견 일치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펀드 관계자는 “보안상의 이유인지는 모르나 금융위가 기업구조조정 리스트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기업 리스트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유암코와 민간 PEF가 협약서를 작성해 의결권 행사의 세세한 항목까지 정해도 투자 대상, 관리, 투자회수, 경영진 합의 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사모펀드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냈다.
금융위는 유암코가 PEF를 설립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가격을 결정할 때 2개 이상 회계법인 평가 금액의 중간값으로 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평가를 믿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을’인 회계법인은 ‘갑’인 유암코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민간 전문 기업구조조정 펀드 등이 참여하는 공개 입찰을 해야 시장 가격을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암코가 민간 사모펀드와 공동 위탁운용사로 나설 때 경우에 따라 민간이 의결권을 100%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보수체계도 업계에서 인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맞추도록 검토하고, 인수 가격 역시 당국이 제시했던 방안 대신 협상에 맡기는 등 시장 논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