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자영업의 붕괴

입력 2015-10-16 14:27 수정 2015-10-20 17:4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자영업이 붕괴의 위기에 처했다. 국세청의 조사 결과 2004~2013년 10년 동안 자영업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집계됐다. 생존율이 16.4%에 불과하다.

특히 자영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음식점의 폐업이 많다. 이들의 생존율은 6.8%에 그쳤다. 음식점을 자영업으로 시작하면 90% 이상 망한다는 뜻이다.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봉급생활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7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직장에서 은퇴한 후 재취업 시장을 전전하다 대안을 찾지 못하고 치킨이나 맥줏집같이 손쉬운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창업 직후 경기침체와 과당경쟁의 이중고에 처해 얼마 견디지 못하고 집단으로 쓰러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에게 창업은 퇴직금을 모두 털어 넣는 것은 물론 빚까지 얻어 만드는 최후의 생계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창업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살아갈 길을 잃는 것은 물론 빚 독촉에 시달리다 재기 불가능한 상황을 맞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사업체 증가 수가 14만390개다. 이 중 대표자 연령이 60대 이상인 사업체 증가 수는 7만3917개로 전체의 52.7%이다. 창업의 절반 이상을 60대 이후의 노년층이 한다. 지난해 은퇴한 베이비 부머들이 신규창업으로 대거 몰린 결과로 해석된다.

자영업 창업의 실패는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극단적인 고통을 안긴다는 차원에서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불행을 낳고 있다. 요즘 청년들은 천신만고 노력 끝에 대학에 입학해도 곧바로 학점 전쟁에 휘말려 밤을 새며 공부를 해야 한다. 더구나 어학연수, 학점교류, 자격증 취득 등 스펙 쌓기에 한 치의 겨를이 없다. 그렇다 보니 대학을 4년 만에 졸업하지 않고 5년, 6년 다닌다.

그러나 막상 졸업하면 거의 절반이 실업자나 취업 준비생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취업을 위해 고시실을 전전한다. 이런 상황에 처한 청년들이 마지막 선택으로 시도하는 것이 창업이다. 지난해 총 사업체 증가 수 중에서 20대와 30대 창업이 각각 11.3%(1만5865개)와 20.5%(2만8793개)를 차지하여 60대 이상 다음으로 높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대부분 특별한 기술이나 사업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사업이 음식점, 카페, 옷가게 등에 집중돼 있다. 창업의 실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은 자본이 없어 자금의 차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창업에 실패하면 자동적으로 신용불량자의 선고를 받는 구조다. 상황은 날로 악화되며 수많은 청년들이 취업, 결혼 출산 등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어두운 골목을 헤매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백약이 무효이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속도로 악화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통시장 보존구역 도입,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생애주기 단계별 대책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시장의 개혁과 활성화가 아니라 전 업종에 대한 임기응변적인 지원책의 성격을 띠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청년 실업자들의 양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여 이들의 과잉진입을 막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은 경제의 줄기세포다. 사람에게서 줄기세포가 갖가지 기관으로 자라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영업은 각 산업의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여 경제를 발전시키는 모체가 된다. 결국 자영업이 붕괴 위기를 맞은 것은 경제가 생존 기반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견지에서 절실한 것이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전통시장 상권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게 모두 돌려주는 것이다. 동시에 창업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여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 규제완화, 자금조달, 기술공급, 판로확보 등에 체계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렇게 하여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자영업의 생존율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추구해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꺾이지 않는 가계 빚, 7월 나흘새 2.2조 '껑충'
  • '별들의 잔치' KBO 올스타전 장식한 대기록…오승환ㆍ김현수ㆍ최형우 '반짝'
  • “나의 계절이 왔다” 연고점 새로 쓰는 코스피, 서머랠리 물 만난다
  • ‘여기 카페야, 퍼퓸숍이야”... MZ 인기 ‘산타마리아노벨라’ 협업 카페 [가보니]
  • 시총 14.8조 증발 네카오…‘코스피 훈풍’에도 회복 먼 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2,075,000
    • +2.31%
    • 이더리움
    • 4,314,000
    • +1.89%
    • 비트코인 캐시
    • 476,300
    • +3.79%
    • 리플
    • 628
    • +2.78%
    • 솔라나
    • 198,900
    • +3.86%
    • 에이다
    • 521
    • +4.41%
    • 이오스
    • 732
    • +6.24%
    • 트론
    • 185
    • +1.65%
    • 스텔라루멘
    • 127
    • +3.25%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850
    • +3.18%
    • 체인링크
    • 18,360
    • +4.79%
    • 샌드박스
    • 427
    • +6.7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