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12일 立錐之地(입추지지) 송곳 하나 꽂을 만한 땅

입력 2015-10-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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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세종이 한글을 반포한 이후, 언문상소나 투서를 하는 백성들이 점차 늘어났다. 숙종실록 25년(1699) 4월 3일의 기록에도 언문상소 이야기가 나온다.

지경연(知經筵) 이유(李濡)가 아뢰었다. “고 참판 이단석은 청백하기로 이름났는데, 죽고 나서는 송곳 하나 세울 땅도 없어 그의 아내가 언서(諺書)로 단자(單子)를 올려 급박함을 구해 달라고 빌었으니 가련하기 그지없습니다.”[故參判李端錫 以淸白見稱 死無立錐之地 其妻至以諺書呈單 乞得救急之資 其情可慼] 그는 이어 “여기에서 그가 청백했다는 것을 더욱 증험할 수 있으니 진휼청에 금년을 기한으로 매달 쌀 1곡(斛)씩 지급하게 하는 것이 청렴을 권장하는 법전에 부합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임금이 옳다고 했다.

태종은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1401년에 신문고를 설치한 바 있다. 연산군 때 중단됐다가 영조 때 부활된 민의 상달 제도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로서는 대궐 문루에 올라가 북을 치기보다 언문으로 글을 써서 올리는 게 쉽고 효과도 컸던 것 같다.

숙종실록에 나오는 입추지지(立錐之地)는 송곳 하나 세울 만한 땅이니 매우 좁아서 조금도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흔히 “입추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사기 ‘유후세가(留侯世家)’에 역이기(酈食其)가 유방에게 한 말로 기록돼 있다. “진나라는 도의를 저버리고 제후의 사직을 마구잡이로 토벌해 6국의 후손들이 재기할 바탕을 없애버렸습니다.”[秦 失德棄義 侵伐諸侯社稷 滅六國之后 使無立錐之地]

‘장자’ 잡편의 도척(盜跖)편에는 이 말이 치추지지(置錐之地)라고 나온다. 도척이 공자를 혼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성이 크다 한들 천하보다 크겠느냐? 요순 임금은 천하를 다스렸지만 그 자손들은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었다.”[城之大者 莫大乎天下矣 堯舜有天下 子孫無置錐之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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