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정성립 현 사장이 21일 국정감사에서 “5월 11일 내부감사를 시작한 이후 부실을 파악했다”고 밝혔으나, 이들이 늦어도 올해 초부터 3조원대의 부실을 인지했다는 이사회 기록이 나왔다.
22일 이투데이가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입수한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정기 4차 이사회(4월 24일 개최)의 속기록을 보면 참석자들은 “대규모 부실이 있으니 IR(기업설명회)에서 영향을 완화시키자”고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고 전 사장은 “제가 보기에 최대 관리점은 해양 제품을 생산하는 게 예정보다 1년 늦어져 금액이 2조5000억원 정도 되는 거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데 만들기 힘든 부분도 있고 기술력ㆍ관리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 여하튼 이 부분을 빨리 건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신임 CEO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고 전 사장은 5월 1일부터 자문역을 맡았으며 정 사장은 이 때부터 회사를 경영했다. 이들은 이미 4월에 두 차례 이상 만나 회사 현황을 논의했다. 정 사장 역시 취임 이전에 회사의 대규모 부실을 파악했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사회 속기록에는 부실 파장을 줄이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당시 회사의 감사위원이었던 이영제 씨는 “실적 영향이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R 차원에서 준비를 많이 해서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미 4월부터 회사 차원에서 대규모 부실을 대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7월 중순이 돼서야 부실을 인정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거짓 진술은 고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부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4차 이사회가 열린 4월 24일은 고 전 사장의 연임이 좌절된 이후다. 그는 차기 CEO가 선정되기 전에 부실을 감췄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묵인 하에 부실을 감추기 위한 분식회계를 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박 의원은 “고 전 사장은 연임을 못하는 것이 확정된 뒤에 손실을 고백한 것”이라며 “분식회계 문제로 돌입하면 조선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