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목이 말라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영화 ‘사도’로 또 한 번 강렬하게 변신한 유아인이다. “배우는 불덩이를 가슴에 품고 사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저 뿐만 아니에요. 어떠한 작품에서도 완전히 풀어놓지 못하죠.”
2007년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데뷔한 이래, 영화 ‘완득이’, ‘깡철이’ 등을 통해 친숙하면서도 톡톡 튀는 개성을 드러내온 유아인.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는 그가 최근 굵직한 캐릭터를 만나 빛을 발했다. 영화 ‘사도’에서다.
조선조 비운의 왕세자 사도로 분한 유아인은 그야말로 적격. 그는 절대 권력으로 군림해온 아버지 영조에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할 수 없던 아들 사도를‘연민’으로 해석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도의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함이었다. “고민 했었어요. 다양한 면모가 나오진 않거든요. 그럴수록 더 정밀하게 세공해 입체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사도뿐 아니다. 심지어 ‘베테랑’의 악역 조태오까지도 그에겐 ‘연민’이었다. “불쌍한 인간들”이라는 밝힌 캐릭터들을 향한 애정 어린 접근이다. “그런 인물들 연기를 많이 해왔고요. 그래야 인물들이 현실적으로 스크린 안에서 공감대 있게 펼쳐진다고 생각합니다.”
전작 드라마 ‘밀회’ 등을 비롯해 완성도를 기하는 캐릭터 해석과 개성 있는 표현으로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유아인. 캐릭터와 실제 자신을 진실하게 마주하는 자세가 그의 연기에 남다른 비결이다.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창작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나로부터 출발하죠.”
이번 작품에서 영조 역을 맡은 송강호와 카리스마 맞대결도 일품이다. 아울러, 유아인은 황정민, 김해숙, 유해진 등 연기파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은 그에게 배우로서 소양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결국 (선배 연기자들의) 태도에서 훨씬 더 많은 걸 배워갑니다. 쩌렁쩌렁 대사를 되뇌이고 되뇌이며 연습하던 송강호 선배님의 모습, 현장 스태프들을 아우르면서 인간적으로 진두지휘하던 황정민 선배님의 모습들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느껴요.”
어느덧 데뷔 8년 차, 20대의 끄트머리에 선 그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촬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년 군 입대를 앞둔 유아인은 자신의 30대를 이야기했다. “배우로서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멋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봐도 멋있는 사람 말예요. 허세 잔뜩 들어서 박수 받는 사람 말고요. 만일 배우를 하고 있다면, 그 안에서 애쓰고 있을 것 같아요.”
부단히 고민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놓치지 않은 배우 유아인은 1000만 관객이 화답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사도’를 만난 그는 이 순간 또 한 번 고민한다. “연기라는 건 측량할 수 없는 것이지만, ‘나름대로 해왔다’라며 애쓰고 살아왔습니다. 치열하게 진심으로 자길 내던졌다고 했는데,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아요. 멀리서는 치밀하게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어요. 또 다른 시선이 생겨나고 있답니다.”
(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