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람들은 용의주도하다 해도 놓치는 게 있다. 사람의 눈은 부실하고 부정확하다. 그러면 하늘은? 하늘은 그렇지 않다. 하늘이라는 그물[天網]은 보기에 그물코도 넓고 엉성해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빠뜨리는 게 없다”[天網恢恢 疎而不失]는 말에 하늘의 엄정함과 무서움이 담겨 있다. 疎而不失(소이불실) 대신에 疎而不漏(소이불루)를 쓰기도 하는데 의미로는 같다. 하늘의 그물과 땅의 그물.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경계망이나 피할 길이 없는 재액을 가리켜 천라지망(天羅地網)이라고 한다.
노자는 도덕경 73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늘의 도는 다투지 않고도 잘 이기고, 개념화하지 않고도 잘 응답하고,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오고, 느슨하면서도 훌륭하게 꾸미는 것이다. 하늘을 망라하는 그물은 성글기 그지없지만, 하나도 놓치는 것이 없다.”[天之道 不争而善勝 不應而善應 不召而自來 繟然而善謨 天網恢恢 疏而不失] 우주와 대자연의 운행은 이를 위반하는 사람이나 사물에게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리는데, 빠뜨리는 법이 없다는 의미이다. 느슨해 보이지만 하나도 놓치는 게 없는 ‘하늘 그물’이 우리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으니 언제나 조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명심보감(明心寶鑑) 천명(天命)편에는 이 말이 약간 변형되어 나타난다. “오이 심은 데 오이 나고, 콩 심은 데 콩 난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어도 새는 법이 없다.”[種瓜得瓜 種豆得豆 天網恢恢 疎而不漏] 恢(회)는 넓다, 광대하다, 회복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글자다. 병이 나아 건강을 되찾은 회복도 원래는 恢復이라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