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60년대에 0.8%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응해 재정개혁과 함께 노동력 공급을 위해 청년ㆍ여성ㆍ중고령자의 고용 확대는 물론 중장기적인 이민정책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정호 아주대학교 교수는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리는 '고령화ㆍ저성장시대,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정책 세미나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중장기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김 교수는 행사 전 제시한 발제문에서 "한국 경제는 고령화 및 경제 성숙화에 따라 역동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206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0.8%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대 초중반으로 평가된다. 김 교수는 국민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하면 성장률은 2060년에 1%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한국보다 일찍 고령화 현상을 보인 일본이 1990년대 장기침체 때 생산성 증가세가 0% 수준으로 급락한 점과 한국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이런 전망이 아주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전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이 1960년부터 2010년까지 4%에서 11%로 완만하게 높아졌지만 앞으로는 급격히 상승해 2060년에는 일본과 같은 3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회복돼도 2060년 고령인구 비율이 2.2∼5.2%포인트 정도로 소폭 감소, 출산 장려 정책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취업자 수 확대와 함께 기술진보, 경영혁신, 노사관계 개선 등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 혁신과 노동시장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행사에서 최준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로 공적연금, 기초노령연금 등 재정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현재 구조를 유지하려면 조세부담률을 2050년까지 현재보다 약 4∼5%포인트, 국민부담률도 2050년까지 약 6∼7%포인트 정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세에 대한 국민 수용도가 낮은 점을 고려해 합리적인 연금 개혁과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효율화가 필요하며 한국형 복지 모형 모색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섭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속성장을 위한 노동력 공급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인구감소, 고령화에 대비해 단기적으로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 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청년 고용 활성화, 여성 고용률 제고, 중고령자 고용 확대 등을 통해 노동공급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민정책 중장기 전략' 발표문을 통해 "인구 변동 등 미래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 이민정책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의 이민 정책은 체계적이거나 종합적이지 않아 미흡하다"면서 "필요 인력의 선별 유입과 양성형 이민 정책을 찾고 이에 필요한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이어 "과학ㆍ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우수 인재 유치, 해외 동포의 적극적인 활용, 투자 이민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