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0대 할머니 6명이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진 일명 '농약 사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상주경찰서는 18일 유력 용의자로 체포한 같은 동네 할머니 박모(82·여)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 43분께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리 마을회관에서 평소 함께 어울린 이 마을 할머니 6명이 나눠마신 사이다에 살충제를 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박 할머니가 마을회관에 들러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사이다에 살충제를 집어 넣은 시점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사건 당일 이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신모(65·여)씨만 의식을 되찾았을 뿐 정모(86·여)씨 등 2명이 숨졌고 한모(77·여)씨 등 3명은 위중한 상태다.
그러나 마을회관에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있던 박씨는 일행 중 한명이 사이다를 건넸지만 "집에서 마를 갈아 넣은 음료를 먹고 와 배가 부르다"며 거절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처럼 살충제가 든 음료를 나눠 마신 할머니들이 모두 의식을 잃은데다 목격자 등도 없어 사건은 자칫 미궁에 빠질뻔 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박 할머니 집안에서 병뚜껑이 없는 상태에서 사이다에 든 살충제와 같은 성분의 살충제가 든 드링크제 병이 발견되자 경찰은 박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했다.
농약 사이다 사건 발생 당시 1.5ℓ 사이다 페트병 병마개는 드링크제 병뚜껑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 살충제가 남아있는 드링크제 병에 찍힌 유효기간과 할머니 집에 보관 중인 같은 종류 드링크제 병의 유효기간이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추가 수색을 통해 박 할머니 집 뒤뜰 담 부근에 살충제병이 든 검은색 비닐봉지도 찾았다.이 농약병 겉면에는 마을 주민 6명이 마신 사이다에 든 살충제와 동일한 명칭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씨 집 안에서 살충제 원액이 든 병과 살충제를 옮겨 담은 드링크제 병이 모두 나온 것이다.
경찰은 또 사건 당일 박 할머니가 입은 옷과 타고 다니던 전동스쿠터 손잡이에서 범행에 사용한 살충제와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받았다.
이밖에 사건이 발생한 뒤 박씨가 보인 행적, 각종 진술 등에서도 의심스러운 점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경찰이 체포한 17일부터 현재까지 "집 안에서 발견된 살충제병 등은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일 수 있다"는 등 주장을 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박 할머니 가족들도 "옷 등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것은 사건 당일 사이다를 마신 한 할머니 입에서 거품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닦아 주다 묻은 것이다"고 말했다.
박씨의 구속 여부는 빠르면 오는 19∼20일께 결정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지 못한 상태다"며 "정확한 사건 경위 파악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