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전 대표 김경준(49) 씨가 기획입국설 근거가 된 가짜 편지 작성에 관여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승소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민사2부(재판장 최병준 부장판사)는 김 씨가 양승덕(62)·신경화(57)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양 씨 등은 김 씨에게 각각 1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BBK 가짜편지'는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 김 씨가 이명박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타격을 주려고 여권(현 야당)과의 교감 아래 국내에 입국했다는 '기획 입국설'의 근거가 된 자료다.
해당 편지는 신 씨가 김 씨에게 "자네가 '큰집(청와대)'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전하는 내용이다.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 이를 '기획 입국설'의 증거로 제시하며 이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3개월 후 신 씨의 동생 신명 씨(54)의 고백을 통해 이 편지가 날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명 씨는 김 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 수감 동료인 형으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평소 양아버지처럼 따르던 양 씨에게 전달해 상의하던 중 양 씨로부터 "김경준이 모종의 약속을 한 후 입국한 것"임을 암시하는 편지 초안을 받아 그대로 대필했다고 고백했다.
재판부는 "가짜편지로 인해 김 씨는 정치권의 기획에 따라 제17대 대선 직전 국내 송환을 선택한 자라는 평가를 받게 돼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며 "양 씨와 신 씨의 불법행위로 김 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