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유로존, 지속 가능한가?

입력 2015-07-10 13:29 수정 2015-07-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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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그렉시트’가 또다시 유럽을 흔들고 있다. 도대체 유로존의 문제는 무엇인가? 유로존의 근본적 문제점은 ‘재정’이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만 통합되어 있는 기형적 구조에서 기인한다. 서로 다른 나라가 단일한 통화를 쓰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19개국이 모여 있는 유로존의 단일 통화인 ‘유로(Euro)’의 환율은 이들 19개국의 평균적인 대외 경쟁력 수준에서 결정된다. 즉 이들 19개국의 평균 수준의 대외 경쟁력이 미국 대비 어떠한가에 의해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이 결정되며, 일본 대비 어떠한가에 의해 엔화 대비 유로 환율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단일 통화의 사용은 유로존 내 경쟁력이 강한 나라, 예컨대 독일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경쟁력에 비해 약한 통화를 사용하는 셈이 되므로 경쟁력이 더욱 강해진다. 반면 경쟁력이 약한 나라, 예컨대 그리스나 스페인 등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경쟁력보다 강한 통화를 사용하는 셈이 되니 대외적 경쟁력이 더욱 하락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논리는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원화 환율은 수많은 국내 수출기업의 평균적인 대외 수출 경쟁력 수준에서 결정된다. 그렇다 보니 수출 기업 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원화 환율이 자사의 경쟁력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므로 사실상 수많은 중소 수출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덕을 보는 셈이 된다.

그러니 이러한 결과가 독일에는 무역수지가 계속 커지는 결과를, 그리스 등의 국가에는 매년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문제는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한 이러한 역내 무역 불균형을 교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전혀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치를 살펴보면 독일의 경우 유로존 가입 이전인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무역흑자가 GDP 대비 0.44%에 불과했으나 유로존 가입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인 1999~2007년의 무역수지는 GDP 대비 3.81%로 현격하게 증가했다.

반면 그리스의 경우, 유로존 가입 이전인 1990~1998년의 무역적자는 GDP 대비 -6.95%였으나, 유로존 가입 이후인 1999~2007년의 무역적자는 -11.89%로 확대됐다. 문제는 유로존 내 무역 불균형 현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 최근 독일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2014년 말 기준으로 GDP의 6%를 넘어섰으며, 2015년 1분기에는 역대 사상 최대치인 GDP의 7.9%까지 올라갔다.

독일의 흑자 규모가 커질수록 다른 회원국들의 적자가 심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단일 통화를 사용할 경우 이러한 무역 불균형을 조정할 장치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셈이다.

그러면 그리스 등 경쟁력이 약한 국가는 단일 통화 체제하에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 자국 통화가 계속 빠져나가 통화량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으므로, 이런 국가의 경우 국내 물가가 하락하는 심각한 경기침체가 유발된다.

경기침체는 큰 고통을 불러온다. 때문에 그리스 등 경기침체를 겪는 나라는 IMF나 ECB 등의 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게 된다. 문제는 돈을 빌려도 미봉책일 뿐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또 돈을 빌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도저히 돈을 갚을 수가 없게 되어 부채 탕감을 요구하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이다.

그리스 정부의 선심성 복지예산 낭비와 국가적으로 만연한 부유층의 세금 포탈 등은 이러한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일 뿐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진정한 유로존의 문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등 경쟁력이 약한 남유럽 국가들 모두가 이러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유로존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장구한 세월이 걸리겠지만, 결국 합의에 의해 완전한 통일이 되든지 아니면 각자의 통화체제로 돌아갈 것이다. 개인적 생각은 서로 다른 민족들이 합의에 의해 자발적으로 통일을 이룬 케이스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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