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불안도 숭고한 생명의 나눔을 막을 수 없다”

입력 2015-06-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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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뇌사자, 서울성모병원서 장기기증 후 영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팀 김지일 교수 등 의료진 20여명이 뇌사자 박 씨의 장기적출 수술을 앞두고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사진제공= 서울성모병원)
메르스 확산으로 걱정하며 두려움 속에 생활하는 가운데, 뇌사판정을 받은 30대 직장인이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했다. 메르스 불안속에 장기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에게 새 생명의 희망을 줘 훈훈한 감동이 되고 있다.

25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고 박성민(38·남)씨는 지난 22일 10시경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에 쓰려졌다. 급히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한 결과, 뇌출혈으로 진단돼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23일 00시 30분 뇌사 소견을 보였다.

가족들은 박씨가 뇌사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비통에 잠겼다. 평소 지병없이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했었기에 더욱 믿기지 않았다. 가족들은 젊은 나이에 뇌사 상태를 앞두고 있는 박 씨의 의미 있는 임종을 준비하고자 장기기증에 동의하고, 장기기증 수술을 위해 박씨는 23일 10시 45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외과중환자실로 이송했다.

박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두 차례에 걸친 뇌사조사와 뇌사판정위원회를 거쳐 뇌사로 진단받았다. 24일 14시 40분 장기이식 수술에 앞서 박 씨의 가족들이 오열하며 고인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눴다.

장기이식팀 김지일 교수(혈관·이식외과)를 비롯한 각지에서 온 장기수혜 병원 의료진 20여명은 수술을 앞두고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기도를 했다.

지난 24일 15시 장기적출 수술로 박 씨는 심장, 폐, 간, 두 개의 신장을 서울 및 지방 의료기관에서 말기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총 다섯 명의 환자에게 기증하여 새 생명을 선물했다.

고인의 부인 이씨는 “장기기증을 하게 되면 뇌사에 빠져 병상에 외롭게 누워있는 남편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아닐지 걱정도 되었지만, 장기라도 세상에 남겨 어딘가에 내 남편, 내 동생이 살아있다는 안도감이라도 느끼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이 함께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장기적출과 이식 수술을 집도한 장기이식센터 김지일 교수는 “뇌사자 이식은 스페인의 경우 인구 100만명 당 35명의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100만명 당 8.69명에 불과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건강한 장기가 없으면 죽어야 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철우 장기이식센터장은 “지난 1993년도 첫 뇌사장기기증자 이후 이번 뇌사자 기증으로 서울성모병원이 300명의 뇌사 장기기증을 하게 됐다”며 “장기기증의 적극적인 홍보로 생명나눔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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