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의 길은 외롭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 이만수(57) 전 SK감독은 퇴임 이후 더 빛나는 삶을 살고 있다. 40년 야구 인생을 걸어오며 받았던 사랑을 재능기부로 보답하고 있다. 지난해 야구 보급을 위해 라오스를 다녀왔고, 국내에서도 1월 문경의 글로벌 선진학교, 2월엔 일본 가고시마, 모교인 대구 상원고에서 재능기부활동을 펼치며 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은 그는 ‘이만수 열린재단’ 설립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편에서 계속)
△SK 감독을 하면서 느꼈던 보람과 아쉬움은.
“보람은 선진야구를 보고 배웠던 것을 현장, 팬들에게 보여줬다는 것. 속옷만 입고 운동장 한 바퀴를 돌고 투수 교체할 때 코치가 나가지 않고 감독이 직접 나가는 등 이전에 하지 않았던 것을 했던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 프로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못 내고 많은 팬들에게 기대했던 것만큼 못 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야구라 하더라도 성적이 안 나오면 별 볼일 없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1등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비록 1등을 하지는 못 했지만 뭔가를 남겨줬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아직까지는 선진야구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이르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교육 자체가 주입식이고 강압적인 면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애들에게 자율을 주고 스스로 깨닫게 하고 창의성을 창조하도록 맡기는 것은 시기 상조였던 것 같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어느 누구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고 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고 언젠가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막판 뒷심을 발휘했다.
“내 인생의 철학이 ‘절대 포기하지 마라’다. 지난해 성적이 바닥을 쳤을 때 많은 팬들과 언론이 ‘SK 4강은 물 건너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4강에 들 수 있다고 언론에 계속 얘기했다. 당시 ‘감독 저러니까 안 되지. 현실감 없다’는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그렇게 안 하면 선수나 코치가 포기하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 말대로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LG와 각축을 벌였다. 비록 우리가 마지막 한 경기를 두고 4강에 들지는 못했지만 내가 추구한 야구는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