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서포터스 60년] 축구ㆍ야구 신화 뒤 꺼지지 않는 등불

입력 2015-02-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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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연고전 응원에 뿌리…1997년 대표 서포터스 붉은악마 출범

▲지난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 대한민국 대 호주 경기. 손흥민이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린 뒤 ‘붉은악마’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연합뉴스

기다렸던 동점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손흥민(23·레버쿠젠)이다. 그는 상대 골문 뒤쪽에 자리한 대한민국 서포터스에게 달려가 기쁨을 함께 나눴다. 지난달 31일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호주와의 결승전 장면이다. 손흥민은 이 골 하나로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득점 후 그가 찾은 이는 동료선수도, 코칭스태프도 아닌 서포터스였다. 과거와 다른 서포터스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스포츠에서 서포터스는 해당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퍼포먼스와 서포팅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응원단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응원단이 구단에 의해 조직된 그룹이라면 서포터스는 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만든 독립적인 조직이다. 구단에 종속된 것이 아닌 상호 협력 관계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서포터스 문화는 축구 강국이 몰린 유럽이나 남미의 서포터 문화에서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서포터스는 옛 유고 연방의 ‘하유크 슈플리트에 토르치다’다. 포르투갈어로 횃불이라는 뜻을 지닌 토르치다는 중요한 경기 전날 밤에는 열성적인 응원으로 상대 팀의 기선을 제압한다. 하유크의 팬들은 횃불을 들고 상대팀 숙소 앞에 모여 선수들이 잠을 잘 수 없도록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것이 열광적 서포터스 문화가 됐다.

서포터스가 조직적인 문화를 갖게 된 것은 잉글랜드 리버플의 더콥이 골대 뒤에서 대규모로 조직적인 응원을 펼치면서다. 이때부터 응원 구호에서 노래하는 서포터스로 바뀌었다. 그것이 1960년대 리버플의 전성기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국내 서포터스는 약 60년간 한국 스포츠 응원 문화를 선도해왔다. 역사적 순간에는 늘 서포터스가 있었다. 서포터스의 시초는 1950년대 연고전(고연전) 대학 응원이다. 경기장에서 춤과 노래를 섞어 선수와 관중이 호흡했다. 이 같은 독특하면서도 파격적인 응원 문화는 기업의 투자를 부추겼다. 이후 기업 스포츠 문화가 정착되면서 서포터스 지원과 치어리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기업형 치어리더가 처음 도입된 종목은 야구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8년 뒤인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한 LG 트윈스가 치어리더를 동원했다. 당시 LG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타 구단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1994~95년부터 모든 구단에서 치어리더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K리그에 서포터스 문화가 도입된 것은 1995년부터다. 서포터스는 이후 모든 K리그 팀에 보급됐다. 특히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급속도로 그 수가 늘었다. 1996년 수원삼성이 창단되면서 서포터스 문화는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997년엔 국가대표팀을 지지하는 붉은악마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서포터스가 늘 긍정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때론 폭력적이었고, 때론 폐쇄적인 집단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지난 2003년에는 안양과 충주의 K리그 챌린지 경기가 끝난 뒤 안양 서포터스가 상대 선수단 버스를 3시간 넘게 막아서는 일이 있었다. 당시 안양 서포터스는 충주 정성민의 골 세리머니를 문제 삼아 이 같은 일을 벌여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홈 두 경기 서포터스석 폐쇄와 제재금 5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당시 박영렬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은 “과격 서포터스에 대해선 강도 높은 제재를 통해 건전한 응원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해 8월에는 인천 서포터스가 심판을 감금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경남은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경기장 안팎에서 서포터스의 목소리는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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