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뇌졸증’ 환자는 없다

입력 2015-02-05 16:35 수정 2015-02-0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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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중 가장 넘기 힘든 고개는 보릿고개다. 젊은층은 웬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를 하냐고 콧방귀를 뀌겠지만 불과 40~50년 전 이야기다.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는 말에는 배고픔의 설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한 것은 지금껏 우리 부모들의 가슴속에 한으로 남아 있다. 꽁보리밥도 부족하던 시절 방귀는 왜그리 시도 때도 없이 잘 나왔는지. 붕붕 방귀를 뀌고, 꺼억 꺽 트림을 하고 나면 어느새 소화가 다 됐다. 시인 김지하가 “밥은 하늘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꿈이요 희망이었다.

잘 먹고 잘살게 된 지금 왜 새삼스럽게 보릿고개 이야기를 하냐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잘 먹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 같아서다. 집밥이 아니라도 도처에 먹을 것이 깔려 있고, 외국에서 들어온 음식 등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런데 그만큼 복잡한 세상살이에서 스트레스도 커져 먹는 것으로 푼다는 이들이 넘쳐난다. 그 결과 없던 병이 생겨나고 고통 속에 목숨을 잃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중 하나가 당뇨병이다. 먹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서 시작된 질병이다. 여전히 먹을 것이 부족한 국가의 경우 발병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봐서 당뇨병의 주된 범인은 역시 급변한 우리의 먹거리 문화이지 싶다.

당뇨와 더불어 식생활 변화, 운동 부족이 불러온 심각한 질병으로 뇌졸중을 꼽을 수 있다. 뇌의 혈액순환 장애에 의해 발생하는 급격한 의식장애와 운동마비를 수반하는 증후군이다. 2012년 서민의 웃음과 눈물을 온몸으로 표현했던 ‘병신춤’의 대가 공옥진씨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며 이 병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병마와 싸운 11년의 잔인한 세월이 예인의 맥마저 꺾은 것 같아 몹시 안타까웠다.

그런데 뇌졸중을 ‘뇌졸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방송 자막과 신문에서도 ‘뇌졸증’이란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건강, 의학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전문의도 열 명 중 서너 명은 뇌졸증이라고 말한다. 합병증, 통증, 우울증, 골다공증 등 병의 증세나 병명을 뜻하는 말인 ‘증(症)’이 붙은 것으로 생각해 그리 말하는 듯하다. 그런데 바른말은 ‘뇌졸중(腦卒中)’이다. 뇌가 졸(죽다)하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다.

‘뇌졸중’의 ‘졸중(卒中)’은 ‘졸중풍(卒中風)’의 줄임말이다. ‘졸중풍’은 중풍(中風)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졸(卒)’은 ‘갑자기’라는 뜻으로 졸도, 졸부, 졸지 등의 단어가 많이 쓰인다. 결국 한자를 몰라 ‘뇌졸중’을 ‘뇌졸증’이라 부르는 셈이다. 뇌졸중의 ‘중’이 한자 ‘中’인 걸 기억한다면 ‘뇌졸증’과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한편 의학계를 중심으로 ‘뇌졸중’을 대체한 ‘뇌중풍’이란 말이 많이 쓰이더니 이 말 역시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올랐다.

뇌졸중과 정반대로 많은 이들이 증(症)을 중(衆)으로 잘못 알고 쓰는 말도 있다. 바로 ‘대중요법’이다. 대중(大衆)이 쓰는 방법으로 생각해 표현한 듯하다. 하지만 이 말은 ‘대증요법(對症療法)’이 바른 말이다. 대증요법이란 병의 원인을 찾아 없애기 곤란한 상황에서, 겉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에 ‘대응’해 처치하는 치료법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열이 높을 때 몸에 얼음주머니를 얹어 열을 내리게 하는 행위 등이다.

입춘이 지났으니 바야흐로 봄이다. 춘색이 돋아나는 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걷자. 굳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길이 아니어도 좋다. 운동화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한 ‘착한 운동’이 걷기다. 땀 좀 흘린 후 배가 고프면 각종 채소 쌈에 밥과 된장을 얹어 먹자. 강된장에 슥슥 밥을 비벼 먹어도 맛나겠다. 이것만으로도 당뇨, 뇌졸중 없이 건강하게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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